롯데·신라 사업권 포기...DF3·DF4 사상 초유 공실 우려도
임대료 조정 줄다리기...인천공항 '조삼모사' 감면에 업계 불만 ↑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인천국제공항과 면세점 업계 간 임대료 인하를 두고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한 면세점업계는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인천공항은 사실상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방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
이에 면세업계 1・2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1터미널 사업권을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하며 강수를 뒀지만 인천공항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신라면세점, 노른자 구역 입찰 포기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4기 면세사업권 입찰에서 각각 DF4(주류・담배)와 DF3(주류・담배) 구역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계약을 포기했다.
이어 중소기업인 그랜드면세점(그랜드관광호텔)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제4기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이번 입찰에서 중소·중견기업 사업자가 우선협상 지위를 포기한 것은 그랜드면세점이 유일하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면세점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던데다 정상화 시점이 불분명해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DF7(패션·기타) 사업권을 따냈던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계약을 그대로 체결했다.
이들 업체는 최종 계약에 앞서 2차년도 임대료 조정을 인천공항측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면세점 임대료는 여객증감율에 따라 연동해 책정된다. 2차년도 임대료는 2020년 9월~2021년 8월 여객 수요로 계산된다. 이에 롯데와 신라는 2020년 여객 급감분을 반영해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고 현대는 인상률 일부 조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측은 입찰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조정을 거절했다.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인한 2차년도 임대료 증가분은 예견 가능한 사안이라는게 인천공항 측 주장이다.
인천공항은 "우선협상대상자보다 낮은 가격으로 투찰한 후순위협상대상자들은 당초 입찰조건을 감안해 적정 가격을 투찰한 것"이라며 "업계 요구 수용은 형평성 시비 및 법적 다툼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롯데와 신라가 포기한 DF3와 DF4는 연간 최소보증금만 총 1335억원에 달하는 노른자로 구역이다. 인천공항 측도 해당 매장을 공실로 둘 경우 막대한 임대료 손실을 볼 수 있다.
현재 해당 구역은 각각 롯데와 신라가 운영 중이며 오는 8월 계약이 종료된다. 당초 신규 입찰 우선협상자인 두 업체가 9월부터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입찰 계획이 지연되면서 재개장 시점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지난 달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구역이 줄어든 여행객들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02 mironj19@newspim.com |
◆인천공항 "임대료 20% 감면받으려면 연동 보증금 조정 포기해라"
면세업계 1・2위사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이번 결정은 이번 신규 면세사업권 임대료 조정이 불발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가 코로나19 지원책으로 대기업 면세점 사업자에 임대료 감면조치를 내놨지만 사실상 혜택이 전무한 것도 업계 공분을 사고 있는 배경이다.
인천공항은 정부 지원책에 따라 면세점 임대료 20%를 할인해주겠다고 밝혔지만 내년도 임대료 할인을 포기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 놓은 것.
면세점 수익은 항공 국제선 승객의 수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전년 대비 국제선 여객수의 증감에 따라 면세점 임대료를 ±9% 내에서 조정하고 있다. 올해 국제선 이용자가 급감한 탓에 면세점들은 내년 인천공항 임대료를 최대 9% 감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6개월(3~8월) 동안 임대료를 20% 감면받으려면 계약 회차년도(2022년) 초기 6개월간의 할인 혜택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6개월간 임대료 20%를 감면받느냐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의 2022년도 6개월 간 임대료 9%를 할인받느냐를 두고 따졌을 때 면세점들은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면세점 최소보증금(임대료)은 통상 해를 지날수록 높아지도록 계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와 신라, 신세계면세점은 모두 인천공항에 임대료감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내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여객수가 정상화되고 결국 2022년 임대료는 9% 인상될 수밖에 없다"면서 "할인을 포기하고 할증만 부담하게 되면 이번 20% 감면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