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금 지원에 이어 영구채 출자전환 가능성
"인수 의지 표명해와...급물살 탈 전망"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작업을 조만간 마무리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을 겪자 일각에서 인수 포기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적극적인 자금지원에 나서면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회장이 곧 인수를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5000억원의 출자전환에 나설 예정이어서 정 회장의 투자 부담이 한결 덜어진 상태다.
23일 건설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이르면 상반기 중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인수대금 납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큰 데다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산업이란 점,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 회장이 상반기 중 딜 클로징(인수계약 완료)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인수대금(2조5000억원) 조정은 별도로 하지 않고 이번 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 dlsgur9757@newspim.com |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의 단기 차입금을 추가 지원했다. 지난해 받은 차입금 1조6000억원에 이어 지원 규모가 3조3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지원받은 1조6000억원을 모두 소진했다.
또 채권단은 영구채 5000억원의 출자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출자전환은 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채권단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짓는 것을 조건으로 5000억원 영구채를 출자전환(주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채 출자전환은 사실상 현금 지원과 비슷하다. 영구채는 만기 없이 이자만 내는 채권으로 원금상환 부담이 없는 대신 이자 부담이 크다. 연 이자율이 7.2%에 달하는 영구채 5000억원을 출자전환하면 매년 수백억대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인수비용 5000억원을 덜게 된 셈이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에 이어 영구채 출자 전환이 확정된다면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빠르게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대산업개발은 계속해서 인수 의지를 표명해왔고 유리한 요구사안이 수용되는 분위기라 더는 계약을 연기할 명분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항공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부터 전 직원이 돌아가며 15일 이상 무급휴가에 돌입했고 주가와 시가총액도 쪼그라들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1주당 4000원을 웃돌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 12일 주가는 1주당 6580원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수는 사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기업 명운을 걸고 '배팅'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면 항공사업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항공·호텔·리조트, 발전·에너지 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항공업 위기가 계속되면 현대산업개발 자체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일종의 승자의 저주인 셈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HDC그룹은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을 초우량 항공사로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최근 수년간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겪고 있는 만큼 신산업 먹거리를 찾는 일이 중요해졌다"며 "정몽규 회장에게는 항공 사업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비지니스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