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브라질·인도 등 공장 셧다운 '장기화'
유럽 공장 생산 재개에도 판매 예측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해외 자동차 수요 감소로 기아자동차 국내 수출 공장이 휴업에 들어갔다. 해외 수출 감소에 따라 국내 공장에서 생산량을 조절해 재고를 줄이는 것이다.
해외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지 않는 탓에 현대·기아자동차의 글로벌 생산량 감소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탄력적인 생산을 통해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해외 판매를 예측조차 할 수 없어 2분기 글로벌 판매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기아차 글로벌 거점 가동 현황 [사진=김아랑 미술기자] 2020.04.27 peoplekim@newspim.com |
◆ 2분기 수출 '뚝'...물량 감소로 국내 공장 '셧다운'
28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는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경기 광명 소하리 1·2공장과 광주 2공장을 휴업한다. 소하리 1·2공장은 다음달 22∼25일에도 추가로 공장 문을 닫는다. 기아차 국내 공장 휴업은 미국과 유럽 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출 물량 조절 차원이다.
소하리 1·2공장은 프라이드·스토닉·스팅어를, 광주 2공장은 쏘울·스포티지를 각각 생산하는 곳으로, 수출 비중이 높다. 스포티지는 지난해 전 세계 44만대 판매돼 기아차 전체 판매량(277만대)의 최다 판매 차종으로 올랐다.
이와 함께 현대차 울산 4공장 포터 생산라인도 27~29일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아시아, 중동 등 수출 물량 감소에 따른 것이다.
앞서 기아차의 경차를 생산하는 동희오토는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가동을 중단했고, 현대차 울산 5공장 2라인도 이달 13일부터 17일까지 임시 휴업했다. 울산 5공장 2라인은 현대차 중 가장 판매량이 높은 투싼을 생산해왔다. 지난해 현대차가 전 세계 판매한 442만대 중 투싼이 67만대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지난 23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차량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구 전무는 "국내 공장과 관련해 2분기 수요 감소 전망으로 향후 수출 물량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시장 회복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유동성 확보 등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수요 증가가 예상된 중국이 연초에 큰 폭 감소했고, 지난 3월 중순 이후부터는 미국과 유럽 인도의 감소세도 두드러졌다"며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및 딜리버리 체계 구축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 감소폭은 기아차 보다 현대차가 컸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도매)는 90만3371대로, 전년 대비 11.6% 줄었다. 해외 판매는 11.1% 감소한 74만4310대, 내수는 15만9061대로, 1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총 64만8685대 판매해 전년 대비 1.9% 줄었다. 내수는 1.1% 증가한 11만6739대를 기록한 반면 해외는 2.6% 감소한 53만1946대에 그쳤다.
◆ 유럽 공장 생산 재개에도 "판매, 예측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의 휴업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국이 확산 예방을 위한 조치를 내리고 있어서다.
현대차 브라질 상파울루 공장은 휴업 기간을 다음달 26일까지 연장한다. 지난달 23일부터 가동을 멈춘 상파울루 공장은 지난 24일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주정부 방침과 시장 상황에 따라 휴업 기간을 한 달 이상 연장했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가동 중단을 이달 30일까지 연장했다. 당초 멕시코 공장은 지난 6~8일 가동을 중단하고 부활절 연휴를 마친 뒤, 13일 조업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휴업 기간이 늘어나게 됐다.
지난달 18일부터 가동을 멈춘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은 이달 10일 재개하려고 했으나 가동 중단 기간을 5월1일까지 연장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도 지난달 30일부터 가동을 멈춰 이달 10일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가동 중단 기간을 내달 1일로 미뤘다. 이들 공장은 5월 4일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다.
인도 정부의 봉쇄령 연장 조치에 따라 현대차 첸나이 공장과 기아차 아난타푸르 공장의 휴업 기간도 연장됐다. 이들 공장은 지난달 23일부터 휴업해 지난 14일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인도 정부가 봉쇄령을 내달 3일까지 연장하면서 가동 중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유럽 공장은 재개하고 있다. 유럽 일부 공장이 생산에 나섰는데도 판매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과 체코 공장은 지난 13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체코 공장은 해치백 i30과 SUV인 투싼 등을 생산해 지난해 30만7000여대를 생산해 주로 유럽에 판매했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도 지난 6일 재가동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공장의 생산 재개가 판매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등 공장이 생산 재개에 나섰지만 가동률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고, 생산한들 수요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판매는 예측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95만70806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20만6965명이 사망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98만7322명에 달한다. 한국은 1만738명이 확진을 받았고, 243명이 사망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2분기 영업이익은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인도 등 글로벌 공장 가동상황 악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여 큰 폭의 매출액 감소 또한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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