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완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각국이 봉쇄조치 완화에 나서면서 원유 수요가 바닥을 치고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는 과정은 매우 느리고 불확실하며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국 샌안토니오와 스페인 바르셀로나부터 중국 베이징까지 교통량과 주유소 판매, 원유 공급량이 되살아나 원유 수요가 4월 중순 경 바닥을 치고 반등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회복 속도는 지나치게 느리다. 석유 트레이더들은 글로벌 원유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인 일일 약 1억배럴까지 회복되려면 1년 이상, 또는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가치가 '제로'(0)로 떨어진 원유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고통스러운 회복 시작
원유 수요가 어떤 형태로 회복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급감 후 급증하는 V자 회복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수요가 바닥에서 상당 시간 머문 후에야 회복되는 U자형 회복이나, 바닥에서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는 L자형 등이 유력시되고 있다.
원유 수요의 회복 형태를 담을 수 있는 알파벳이 없거나 모든 형태가 뒤섞여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체적으로는 우선 봉쇄조치가 해제되면서 V자형 회복세가 나타난 후 재택근무 등 외출과 접촉을 자제하는 쪽으로 생활양식 자체가 변모하면서 오랜 기간 수요가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로서는 봉쇄조치 완화에 따라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시장에서 모두 수요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감산 합의체인 OPEC+뿐 아니라 미국 텍사스의 셰일유 시추업체들까지 감산에 속도를 내고 있어 원유시장 수급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일일 3000만배럴에 달했던 수요 감소폭은 회복기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5월 원유 수요가 지난해보다 일일 2580만배럴, 6월은 1460만배럴 감소하고, 12월에도 여전히 270만배럴 줄어든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수요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판매 원유와 석유제품이 6월, 심지어 7월까지 재고로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저장시설이 꽉 차 있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만기가 도래하는 이 달 중순 또다시 난폭한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현물시장에서는 수요 회복 조짐이 조심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럽시장에서 러시아 기준물인 우랄유와 국제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간 프리미엄이 상승했다. 러시아가 수출량을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축한 덕분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페트로매트릭스 GmbH의 올리비에 야콥 전무이사는 "글로벌 원유시장은 변곡점에 있다"며 "수요는 파괴됐지만 공급은 파괴되지 않아 최악의 시기가 지나갔다"고 말했다.
코로나19(COVID-19)의 발원지인 중국 중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가 원유 수요 회복의 기점이 되고 있다. 우한시의 평일 교통량은 여전히 완전히 저조하지만 주말 교통량은 코로나19 위기 이전으로 거의 회복했다. 베이징과 광저우, 상하이 등 중국의 다른 주요 도시들에서 러시아워 교통량은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항공연료 수요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항공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4월 30일 이륙한 항공편은 3만3500편으로 한 달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아직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대부분 항공사들이 빨라도 6월까지는 항공 운항 재개 계획이 없다.
원유 산업은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봉쇄조치 완화로 코로나19 2차 확산이 발생하면 이러한 회복세는 급격히 후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트럭과 산업 연료로 쓰이는 디젤,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 항공연료 순으로 수요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
휘발유와 디젤 등의 수요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정유사들이 지난 몇 주 간 쌓아 놓은 수백만 갤런의 원유부처 처치해야 하는 상황이라 원유 수요는 여전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경제지표와 마찬가지로 석유 수요 관련 데이터도 실제 상황을 한 발 늦게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트레이더들은 전문가들의 추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원유 수요를 추정하는 대표적 지표로는 고속도로 통행량과 송유관 터미널에서 주유소로 운송되는 휘발유와 디젤 규모가 있다.
우선 미국에서 주유소에 운송된 휘발유 양이 지난주 일일 590만배럴로 4월 첫 주의 510만배럴에서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이 900만배럴 이상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유사들은 휘발유 수요가 정상 수준의 64%로 지난달 초의 55%에서 늘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원유 수요가 매우 느린 속도로 회복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수요가 바닥을 쳤다는 사실이다. 원유 트레이더들은 원유 수요와 유가에 있어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수급 균형을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려, 올해 초만 해도 배럴당 70달러에 달했던 브렌트유 가격이 2021년 말에도 40달러를 뚫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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