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중국이 28일 미국이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 처리함에 따라 양국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COVID-19) 책임론'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홍콩 보안법 강행을 계기로 그동안 검토했던 특단의 대책들을 쏟아낼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최근 중국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는 지난 21일 베이징 당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보안법 처리 방침을 밝히자 마자 '엄정한 대응'을 공언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발목 잡혀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위기 상황 탈출과 11월 대선 승리를 위한 국면 전환을 위해 '중국 때리기'에 치중해왔다. 이런 시기에 중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은 그야 말로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려준' 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속으론 쾌재를 부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그동안 제기했던 '중국의 코로나19 고의 은폐 및 유포설'은 국내외 여론의 광범한 지지를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베이징 당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CNN 방송은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들을 끌어모아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며 머지않아 이를 공개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곧 중국에 대한 융단 폭격이 시작될 것이란 의미다.
당장 국무부는 홍콩에 대한 특별 지위 박탈을 위한 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려는 것은 '재앙적 결정' 이라면서 의회에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제한하거나 박탈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됐다.
미국은 1997년 홍콩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에 반환된 후에도 미국 법에 따라 홍콩에 중국 본토와 별개의 특별한 지위를 인정해왔다.
다만 백악관은 홍콩에 대한 특별 지위 박탈이란 메가톤급 조치가 가져올 후폭풍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홍콩의 근간을 흔들 경우 중국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지만 미국 기업과 경제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정부가 홍콩보안법 시행에 관련된 중국 관리와 정부, 기업에 대한 제재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에 대한 우대 관세율을 중지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또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에 대한 대응 조치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군과 관계가 밀접한 대학과 관련있는 중국인 대학원생이나 연구원 3000명의 비자를 취소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 이 방안을 보고하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 관해 할 수 있는 '매우 긴 목록'이 있다면서 조치에는 비자 및 경제 제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코로나19 사태 책임론을 계기로 미중 무역 합의 파기 가능성도 거론한 바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지난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로 매우 화가 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미중 무역합의가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심지어 트럼프 정부가 홍콩이나 중국 본토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려는 미국 기업을 환영하며 관련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중국에 집중돼 있는 미국과 글로벌 산업 공급망을 뜯어 고치겠다고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이제 남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각 부처에서 모아진 중국과 홍콩에 대한 압박 카드를 검토한 뒤 순차적으로 대중 압박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처럼 중국과 시진핑 국가 주석을 직접 타격할 초강경 '핵 단추'를 누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형성된 미중의 신 냉전기류가 홍콩 보안법을 계기로 '열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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