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조직진단' 정책연구용역 긴급 공고
"행정처-일선 법원 간 권한 조정 통한 조직개편방안 마련"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대법원이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의 진원이 된 법원행정처 기능과 권한을 일선 법원에 넘기는 방식을 골자로 본격적인 사법행정 조직 개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명수(62) 대법원장이 자신의 임기 내 법원행정처를 없애겠다고 공표한지 1년 8개월 만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5월 25일 '법원행정처 조직진단' 정책연구용역 입찰 긴급 공고를 냈다.
대법원은 제안요청서를 통해 이번 연구용역의 핵심 과제로 '사법행정권 지방분권화'를 꼽았다. 대법은 "행정처 권한 및 업무 중 일선 법원에 이양 가능하고도 적합한 업무를 발굴해 이에 따른 인원 재배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행정처 내 업무의 분리·통합·폐지 필요성 분석과 이에 따른 조직 및 기구 재설계 방안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고양=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2019.04.08 leehs@newspim.com |
대법은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추진해 온 '법원행정처 비법관화'와 사법행정자문회의 신규 설치·운영 등에 따른 사법행정 환경 변화를 반영한 부서별 업무량 분석 등도 주요 연구과제로 정했다.
대법은 이들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행정처 및 일선 법원의 행정업무 인원 재배치 방안을 포함해 중·장기적인 사법행정조직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사법행정 환경 변화를 반영한 행정처 내 부서별 업무량 분석은 2021년 1월 법원 정기인사에 반영해 각 업무별 인력 정원 조정에 활용할 방침이다.
대법은 제안서 평가를 거쳐 이달 중순 협상대상자를 확정하고 오는 26일까지 연구용역 계약 체결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대법의 사법행정조직 축소 움직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농단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사법개혁'의 핵심으로 추진돼 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1년 여 만인 2018년 9월 20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여러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다만 행정처 정식 폐지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 만큼 자체적으로 행정처 기능과 권한을 분산해 행정처를 사실상 축소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키로 했다. 이번 정책연구 용역 역시 이같은 목적에서 제안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은 앞서 2019년 9월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출범했다. 대법원장을 의장으로 하고 법관의원 5명과 비법관 정무직인 법원사무처장, 외부위원 4명 등으로 구성되는 상설 자문기구다.
아울러 행정처 상근 법관제를 오는 2023년까지 모두 폐지하는 행정처 비법관화 등도 추진해 왔다.
다만 이번 연구용역을 토대로 행정처 기능과 권한 분산을 위해 얼마나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할 지는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문제가 된 사법행정의 핵심 권한은 3000여 명에 달하는 법관 인사권에서 나온다. 이번 연구용역 제안서에는 일선 법원으로 행정처 권한을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도 인사권 분권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어 보인다"며 "실질적으로 행정처 권한 분산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관 인사권을 대법원장이 좌우하는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갖고 있는 한 사법개혁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연구 용역을 토대로 단순 업무 조정이나 조직 개편 뿐 아니라 지방 법원장에게 법관의 인사권을 주는 방식 등 핵심 권한을 이양하기 위한 고민과 성찰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