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결합자리'를 광범위하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기법 개발
유전자 발현 조절 핵심 인자인 'RNA 결합단백질'기작 규명 기대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코로나19 비밀을 풀었던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가 인체 단백질 비밀마저 풀어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석좌교수)·김종서 연구위원(서울대 책임연구원)은 사람 세포 속 RNA 결합단백질 상에서 결합을 형성하는 'RNA 결합자리'를 광범위하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김빛내리 IBS RNA연구단장. [사진=IBS] 2020.06.05 swiss2pac@newspim.com |
RNA 결합단백질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로, 질병과 세포 기능에 관련된 단백질의 조절 기작을 밝히는 RNA는 DNA로부터 각 단백질에 해당하는 정보가 전사된 유전체다.
RNA는 이 정보를 번역해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전사되고 나서도 번역 효율, 안정성, 세포 내 위치 등 단백질 생산과정이 조절될 수 있다. 이러한 전사 후 조절은 RNA 결합단백질이 RNA에 붙으면서 이뤄진다.
대부분의 단백질은 전사 후 조절을 거치면서 기능을 가지는데, 핵심 인자인 RNA 결합단백질과 RNA 사이 결합 원리와 상호작용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복잡한 단백질 구조에서 어느 조각이 결합자리인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RNA 결합자리를 보기 위해서는 작은 단백질 조각의 질량을 측정해, 해당 조각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및 단백질 내 위치를 추론하는 질량분석(mass spectrometry) 방법을 쓴다.
RNA 결합단백질-RNA 결합체를 효소로 잘게 쪼개면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peptide)에 RNA 조각이 붙은 형태가 된다. 이 질량 구성을 측정하고 RNA가 붙지 않은 펩타이드와 비교하면, RNA가 붙은 아미노산 자리는 그 질량만큼 차이가 나게 된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는 RNA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는 RNA 조각 크기가 제각각이어서 질량 측정에 이 오차를 고려해야 했다. 오차를 고려하고도 확실하게 RNA 조각이 붙었다고 판단되는 아미노산 자리만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1000 개 이상 RNA 결합단백질에서 한 번에 수십~수백 개 RNA 결합자리만 확인 가능했으며, 위치의 정확도도 떨어졌다.
연구진은 기존에 쓰이던 효소 대신 불산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불산은 RNA를 동일한 분자 한 개로 완전히 분해해, 한 번에 2000개 RNA 결합자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불산 처리 후 RNA 조각의 질량을 쟀더니 동일한 유리딘(Uridine) 분자만 남음을 확인했다.
RNA 조각의 질량 오차를 줄임으로써 RNA 결합자리를 더 많이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포 전체 RNA에 결합한 600 개의 RNA 결합단백질 내에서 약 2000 종류 RNA 결합자리를 아미노산 수준의 고해상도로 찾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찾은 RNA 결합자리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새로운 가설들을 제시했다.
먼저 질병 및 세포 기능에 중요한 단백질에서 RNA 결합자리를 다수 발견했다. 일례로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의 원인 단백질인 TDP-43, DNA 복구에 필수적인 PRKDC에 존재하는 RNA 결합자리를 찾았다. 이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RNA와의 결합이 각각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RNA 결합자리가 단백질의 공유결합 변형 자리와 비슷함도 보였다. RNA 결합자리의 결합력 조절 원리가 공유결합 변형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규명한 RNA 결합자리를 토대로 세포 내 RNA-RNA 결합단백질 상호작용을 세밀하게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기술을 변형해 RNA 뿐만 아니라 DNA와 결합하는 단백질로도 확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IF 12.109)에 6월 9일 0시(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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