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북한이 9일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첫 조치로 이날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했다. 또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했다'며 완전한 폐기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면서 남한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취하지 않을 시 연락사무소 폐쇄를 예고한 지 닷새 만이다. 김여정은 개성공단 완전 철거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도 언급했다.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이 내세우는 대화 단절의 표면적인 이유다. 6·25전쟁 70주년인 오는 25일 탈북민단체의 전단 100만장 살포 계획을 한국 정부가 어떻게든 막으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북한 매체들은 "갈 데까지 가보자"거나, "최고 존엄을 목숨을 내대고 사수할 것"이라며 초강경 대응도 예고했다. 전단 살포 외에 장기화된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내부 불만 해소 및 결속을 다지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또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앞두고 있는 데다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 의미도 있는 듯 하다.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한국 정부를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북한의 의도가 어떻든 남북 간 관계 단절 조치는 당분간 이어지고 강도도 조금씩 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예고한 개성공단 완전철거와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는 정해진 수순일 것이다. 이어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휴전선 부근에서 국지적 군사 도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반면 미국과 유엔을 자극할 수 있는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듯 하다. 우리 정부의 원칙과 태도가 중요하다. 알아서 심기를 헤아리는 등의 굴종적이고, 대화를 구걸하는 자세로는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3년간 충분히 학습했다. 북한이 최근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자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때문이라며 내부로 책임을 돌리는 여권 인사들의 태도는 가당치 않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룬다는 황당한 '평화몽'에서 하루속히 깨어나야 한다. '삶은 소대가리'라는 등 온갖 인격적 수모를 당하면서도 대화에 매달려 온 모습이 국민들 보기에 민망하지 않는가. 할 만큼 했다. 지금까지 체결한 수많은 남북합의서는 대부분 북한에 의해 의미없는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남북대화를 전면 중단한 채 우리 측 교류협력 제의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의 최종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하는 등 대북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둠이 짙을 수록 새벽이 가까이 왔다'는 말처럼 북한이 강하게 나올 수록 목적지가 멀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