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안철수 등 기존 보수주자 부인, 새 주자 찾기 시동
노무현 전 대통령 일화 꺼내며 대선레이스 시동 걸어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두고 여야는 21대 국회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지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며 당 재건에 나서고 있다.
정치와 가장 무관할 것 같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대권 주자로 거론하며 단숨에 여의도 주요 화두로 올렸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구체적인 부연 설명 없이 '툭 내던지듯' 이슈를 만들어 내는 김 위원장 특유의 화법이 통한 셈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당 비례 초선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대선 후보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여야 할 것 없이 인물이 한 명도 없다. 특히 통합당은 골수 보수, 꼴통 이미지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후 "백종원씨 같은 분은 어떠냐. 이렇게 모두가 좋아하는 대중 친화적인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오찬 배석자들과 이 소식을 들은 당 내에서는 놀랍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참석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기존 대권 주자가 아닌 새로운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2020.06.24 leehs@newspim.com |
김 위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비대위원장으로서의 목표를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한 당 재건'으로 내세웠다. 그의 첫 화두는 '40대 경제 전문가'였다. 그러면서 기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등에 대한 질문에는 '이미 평가가 끝난 사람들'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40대 경제 전문가 화두에 홍정욱·김세연 전 의원 등이 아니냐는 하마평이 돌기 시작했고, 홍 전 대표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입에서는 대선에 대한 이야기들이 계속 흘러나왔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자기가 생각이 있으면 나오겠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치판에 대권 주자는 이낙연 뿐"이라고 말해 야권에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권 주자들을 낮추며 무한 경쟁 체제를 예고한 바 있다.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에 대해서는 "사람은 착한데, 착하다고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그렇다면 차기 대선 후보로 새로운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 중에서 나올 수는 없다"며 "모두 '이 사람이 나왔구나'라고 할 만한 사람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기존 대권 주자가 아닌 어느 정도 이름은 알려졌지만 정가에 새 바람을 일으킬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석된다.
제1야당 비대위원장으로 새 인물을 찾고 있음을 알리며 보수 진영의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와 함께 기존 대권 주자들을 긴장시키는 추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두 번 찾아와 도와달라고 했고, 당시 유력 주자였던 정동영 전 의원 등을 누르고 경선에서 승리했다는 이야기다.
노 전 대통령은 '5공 청문회 스타'로 정치권에서 이름을 알린 후 당시 민주당의 불모지였던 부산 등에서 꾸준히 낙선하며 기반을 닦고 있었다. 이후 DJ 정권에서 해수부 장관을 거친 후 대권 경선에 뛰어들었다. 초반에는 낮은 순위였지만 전국 순회 경선에서 지지자들을 열광케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고, 이회창 전 총리를 꺾으며 대통령이 됐다.
김 위원장이 '백종원'과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거론하며 보수 진영 대선 레이스가 서서히 막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