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용 이벤트성 북미정상회담 거부의사 표명
대외 강경자세 유지, 대미 압박 높여
전문가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안하면 핵 능력 고도화 메시지"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북한이 미국 244주년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 최선희 외부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제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 시험 발사 3주년을 대대적으로 조명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을 미국 독립기념일에 집중 조명하고 한국과 미국의 대화제의는 거부하는 입장 표명을 통해 최근 이어진 대외 강경자세를 유지하고 대미 압박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을 통해 지난 2017년 7월 4일 화성-14형 발사를 성공한 것을 '7·4 혁명'으로 명명하며 "이는 우리 혁명 발전에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민족사적 대경사"라고 강조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노동신문은 이날 '최강의 국가방위력을 다진 그 정신으로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진 발전을 가속화하자'는 1면 사설을 비롯해 화성-14형 발사를 조명하는 기사를 2~3면에 대거 배치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7월 4일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으며 같은 달 28일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2차 발사를 감행한 바 있다.
북한은 또 이날 북미협상 최고 실무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발표한 담화를 통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미국에서 '10월의 서프라이즈'라는 말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을 모두 비난했다.
그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북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정상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며 "긴말할 것도 없이 (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 놓고 있다"며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제1부상의 담화는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북미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 독립기념일에 담화를 발표한 것도 이벤트성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제1부상이 담화를 낸 것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대미 전략의 수정을 결정한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미국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 임박한 가운데 최선희 부상을 내세운 것은 비건 부장관의 '카운터파트'를 내세워 미측의 대북 대화공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방송인터뷰에서 북한의 미국 독립기념일 메시지에 대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다시 강력한 핵 능력 고도화로 가겠다는 그런 간접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