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협의회 최초 발족..."공동대응 나설 것"
영업조직 재편으로 40여명 대기발령 상태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화장품 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에 안팎으로 마찰음이 일고 있다.
최근 미샤 가맹점주 130여명은 협의회를 꾸려 본사를 상대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본사가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에 로드숍 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탓이다.
본사 안에서도 최근 온라인 채널 영업부를 강화함에 따라 중복 조직·인력에 대한 조정으로 40여명이 할 일을 잃은 상태다.
◆"믿었던 미샤마저"...뿔난 가맹점주들 단체 항의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샤 가맹점주 130여명은 지난 7일 가맹점주협의회를 발족했다. 지난해 기준 미샤 가맹점이 214개인 점을 고려하면 과반수가 협의회 발족에 동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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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7.29 hrgu90@newspim.com |
미샤 가맹점주들이 공식 단체를 꾸린 건 이번이 최초다. 미샤를 제외한 화장품 로드숍(아리따움·이니스프리·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토니모리·네이처리퍼블릭) 가맹점주들은 점주협의회를 결성하고 본사의 비합리적인 영업방침에 꾸준히 쓴소리를 내왔다.
그간 에이블씨엔씨는 타 로드숍과 다른 가맹점 운영 방식으로 인해 마찰이 적었다. 업계 관계자는 "여타 로드숍들은 본사에 일부 담보를 걸고 빌려서 화장품을 공급받지만, 미샤는 가맹점주 보유 현금으로만 제품을 사입한다"며 "상대적으로 가맹점 요구사항을 본사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사와 가맹점의 협력 관계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미샤 점주들이 본사에 요구하는 내용은 두 가지다. 본사가 시행 중인 ▲온라인-로드숍 차별 정책 폐지 ▲할인 행사시 분담금의 균등한 부담 등이다.
미샤 점주들은 로드숍 할인가보다도 쿠팡에서 더 싸게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에이블씨엔씨가 가맹점에는 1만원짜리 제품을 5500원에 공급하는 반면, 쿠팡에는 2270원에 공급해 할인폭을 최대치로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고객들이 매장에서는 제품 테스트만 하고 실제 구매는 쿠팡에서 한다는 설명이다.
김용문 미샤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남(쿠팡)한테는 그 가격에 주는 걸 우리(미샤)한테는 왜 못주는지 모르겠다"며 "공급가를 동일하게 맞춰준다면 우리도 열심히 팔아서 본사와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에 손님이 10명 밖에 안 온다"며 "쿠팡 세일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할인분담금도 타 로드숍 대비 미샤가 가장 열악하다는 입장이다. 본사의 정책에 의해 정기세일 행사를 진행할 때 할인되는 만큼의 값은 본사와 가맹점이 나눠 부담한다. 예컨대 1만원짜리 제품이 50% 할인가로 판매될 때, 할인된 5000원에 대해 본사는 2000원을, 가맹점은 3000원을 부담한다. 가맹점 부담 비율이 더 높다.
이들은 지난 16일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화가연)에, 내달 3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에 가입해 운영 본부인 에이블씨엔씨가 주는 불이익에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김용문 회장은 "시대가 언택트(비대면)로 흘러가서 본사는 우리(로드숍)가 없어도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로드숍이 생업인 점주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까 우려된다"며 "화가연과 전가협의 코치를 받아서 이젠 공식적으로 집회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사 40여명 인력 조정...이들도 '언택트' 피해?
최근 에이블씨엔씨 조직 내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영업환경에 맞춘 부서 통폐합에 따라 40여명이 업무를 잃고 출근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사는 이들을 최대한으로 새 부서에 배정하겠단 입장이지만,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24일 전체 직원 385명의 10%에 해당하는 40여명 직원에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이 40여명에는 팀장, 과장, 대리, 사원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는 지난 3월 조정열 대표 취임 후 진행된 부서 통폐합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중복 조직과 인력의 통합 및 일부 부서 역할 변경, 영업 부서 신설 등을 진행 중이다.
최근 화장품 업체들은 온라인 채널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도 온라인 뷰티 시장은 성장세였으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화장품 온라인 주문 비율이 더 늘어났다. 올리브영, 토니모리 등은 '당일 배송', '3시간 내 배송' 등 배송 서비스도 강화한 상태다.
에이블씨엔씨도 이같은 상황에 맞춰 영업조직 등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는 입장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변화된 사업 환경에 맞춘 부서 통폐합으로 대기발령 인원이 생긴 것"이라며 "성과에 따른 구조조정 목적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기발령 조치가 구조조정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회사 측은 "이들은 출근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고, 월급도 100% 지급되고 있다"며 "내부 흡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려 한다. 이미 일부 자리는 확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