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C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3번홀 그린 주변 깊은 러프에서 구사한 샷 주목
스핀·거리 조절 어려운 상황에서 볼이 그린 너머 페널티 구역에 빠지는 '최악' 막는 전략
[뉴스핌= 김경수 객원 골프라이터] = 홀까지 20m가 채 되지 않은 러프에서 샷을 할 때 퍼팅그린 대신 벙커를 겨냥하는 골퍼가 있을까?
'어떤 골퍼가 그러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욘 람(스페인)이 그랬다.
TPC 사우스윈드 3번홀(길이 571야드). [그림 = 미국PGA투어] |
그린 쪽에서 본 TPC 사우스윈드 3번홀.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깃대는 사진의 그린 왼편 가장자리에 꽂혔고, 욘 람은 사진 오른편 벙커 뒤 러프에서 세 번째 샷을 남겨두었다. [사진 = 미국 PGA투어] |
욘 람은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후 출전한 첫 대회에서 초반 하위권에 머물렀으나 2라운드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다운 코스 매니지먼트를 보여주었다. [사진=유러피언투어] |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윈드 3번홀(길이 571야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 나선 람의 이 홀 두 번째 샷이 그린 왼편 깊은 러프에 떨어졌다.
볼~홀은 약 18m이나 중간에 벙커가 있고, 깃대는 퍼팅그린 가장자리에 꽂혔다. 친 볼이 깃대를 지나치면 페널티 구역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계랭킹 1위라고는 하지만, 그는 스핀이 잘 안걸리는 러프샷을 총 거리의 3분의 2이상을 띄운 후 볼을 퍼팅그린에 안착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 듯하다.
람은 브라이슨 디섐보, 리키 파울러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습 스윙을 몇 차례 하더니 볼을 턱없이 짧게 쳤다. 실수라기보다는 일부러 그 샷을 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낮게 날아간 볼은 11m 정도 나가 벙커에 멈췄다.
벙커에서 홀까지는 약 7m. 람은 상대적으로 스핀과 거리 조절이 쉬운 벙커샷(네번째 샷)을 시도했다. 볼은 홀에 들어갈 뻔하다가 홀옆 20cm 지점에 멈췄다. 탭 인 파.
짧은 파5홀에서 파를 한 것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일지 모른다. 그러나 람이 모호한 거리의 러프에서 깃대를 향해 바로 어프로치샷을 했다면 볼이 연못에 빠져 보기를 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정상급 프로골퍼들 중에는 그린 주변의 깊은 러프에서 샷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벙커에서 샷을 하는 것이 낫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벙커샷을 잘 하는 최경주도 그 중 한 명이다.
람은 올시즌 샌드 세이브 49.02%(랭킹 126위)로, 벙커샷을 썩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최악'보다는 '차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목표를 겨냥하는 경향이 있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난달 27일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후 첫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람은 2라운드합계 4오버파 144타(70·74)를 기록중이다. 78명의 출전자중 공동 62위다. 현재 선두 브랜든 토드(미국)와는 15타차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