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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학교 밖에도 꿈은 있다

기사입력 : 2020년08월07일 20:23

최종수정 : 2021년04월29일 15:31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시끄러운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모처럼의 여름 휴가였지만 계속되는 소음에 휴가를 망쳤다고 생각할 무렵 베란다로 나가서 창밖을 보니 우비를 입고 뛰어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날씨에 돌아다닐 생각을 하다니.. 젊음이 좋아. 나도 저러던 시절이 있었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괜히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방학이 없는데 너넨 방학이라 좋겠구나"

방학이면 동네 친구들과 오락실, PC방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내가 제일 게임을 잘했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걸 떠나서 친구들과 같이 보내던 그 시간 자체가 즐거웠다. 그 시절이 정말 행복했지만 돌이켜보면 딱히 남는건 없었다. 그래서 방학이 끝날 무렵에는 자격증 하나라도 더 땄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가 남았다. 그마저도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하는 후회였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목공 작업장, 생각하는 손에 간 기자(가운데 남색 옷). 이재성 대표가 김익준 학생이 만든 수리검(?)을 들고 던지는 시늉을 하고 있다. 밖에서 이걸 던지면 다친다고 조심하라고 했다.[사진=생각하는 손] 2020.08.07 kh10890@newspim.com

후회로 가득한 학창시절이었다. 제도권 안에서 잘하지는 못해도 남들이 하는 만큼만 따라가자는 주의였다. 그래서인지 대학교를 졸업 직전까지도 뭘하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없었다. 

그래서 꿈 많은 친구들이 부러웠었다. 내가 그러지 못했기에 꿈 많은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만나보고 싶었다.

'광주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서 취재를 돕겠다고 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기술을 배우고, 일 경험을 할 수 있는 작업장은 8곳이 있다고 했다. 8월 5일과 7일 이틀에 걸쳐 드론·미용·목공 작업장 3곳을 다녀왔다.

다양한 이유로 제도권 학교를 그만뒀지만, 배움을 그만두지 않은 청소년들이 있다. 이들을 사회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더 자세히는 9~24세 청소년 가운데 초·중·고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말한다.

교육에 학교 안과 밖이 달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은 학생이다. 혹시 '문제아', '비행청소년'을 좋게 포장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생각은 접어둬도 좋다. 끝까지 읽어보면 안다.

◆ 학교 자퇴하면 끝?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죠"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드론은 만들어진 완성품으로 작동하는건줄 알았는데 직접 조립해야 된다는건 이날 처음 알았다. 다들 손재주가 좋았다. 2020.08.07 kh10890@newspim.com

5일 오전 10시 광주 광산구 허니비 드론 작업장에 도착하니 이미 4명의 학생들이 한데 모여 드론을 조립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달부터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다가 이번주부터 오프라인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다들 설레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들 열심히 조립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자님도 같이 드론 만들어보세요"라며 드론을 건넸다. 손재주가 별로 없어서 살짝 겁났다. 괜히 고장낼까봐. 어쨌든 설명서에 나온 그대로 드론 조립을 잘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무렵. 옆에서 한마디가 들려왔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나사가 정말 많았다. 작은 구멍에 끼워넣는게 정말 힘들었다. 이런 기자의 모습을 보더니 "기자님 문과시죠?"라고 뛰어난 통찰력을 보이기도 했다. 2020.08.07 kh10890@newspim.com

"기자님 문과시죠?"

드라이버를 돌리는 손 동작만 봐도 나사 몇 번 안돌려본게 딱 느껴진다고 했다. 초짜 티를 안내려고 나름 장인 정신을 발휘하고 있었는데 시작하자마자 미숙한 걸 들켜버렸다.

민망한 드라이버질을 멈추고 다른 4명의 학생들을 쳐다보니 차분하면서 민첩한 손놀림으로 능숙하게 조립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별로 없어서 무언가 만드는 걸 별로 안좋아했다. 아니 좋아는 했지만 사실 실패가 두려워서 좋아하지 않는 척 했다.

드론 조종이 처음이라 신난 전경훈 기자 [사진=허니비] 2020.08.07 kh10890@newspim.com

이들도 처음부터 잘하지는 않았을거다. "손재주가 없어서 못할거야"가 아니라 "한번 해볼까"라는 '도전·용기'가 결과를 바꾼거다.

지난해 학업 등의 이유로 자퇴 후 '드론'이라는 분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조하은(19) 학생은 이미 자신의 목표를 일찌감치 정했다. 그는 "인턴을 통해 돈도 벌고 검정고시도 준비해서 대학교도 컴퓨터 공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라며 자신의 확고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기특했다.

◆ "학교 안다닌다고 전부 문제아는 아니에요. 오히려 꿈 많은 친구들이죠"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미용분야 작업장인 예손 뷰티 아카데미. 헤어파츠를 1분 안에 묶기 위해 마네킹에 연습이 한창이다. 2020.08.07 kh10890@newspim.com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은 558만 4249명이다. 이 중에서 학교 밖 청소년은 5만 2539명이다. 광주는 14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100명 중 1명이 조금 안되는 꼴이다.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자퇴하는 친구들은 몇 명 안됐던 것 같다. 그마저도 흔히 생각하는 '문제아'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는 기자를 때린 친구(친구라고 부르기도 싫다)도 있었다.

물론 학교를 자퇴하는 친구들 모두 문제아는 아니었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학교를 떠나기도 했고, 자신의 확고한 꿈이 있어서 제도권의 학교를 떠난 친구들도 있었다.

5일 오후 1시. 광주 서구 예손 뷰티 아카데미에서 만난 학생들이 바로 그런 학생들이었다. 미용 분야에 뜻이 있어서 고등학교를 자퇴한 친구들이다.

이곳에선 헤어, 메이크업, 피부관리, 네일아트, 맞춤형 화장품 조제까지 다양한 분야를 체험하며 학생들의 재능을 찾아주고 있었다.

헤어에 관심이 있어서 왔는데 막상 접해보니 메이크업에 소질이 있어서 취업에 성공한 친구도 있다고 했다.

조심스레 실습 중인 현장으로 가보니 마네킹 가발에 열심히 빗질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이 기자를 반겼다. 레게머리를 연상케 하는 알록달록한 긴 줄을 머리에 달고 다녀서 그게 뭐냐고 물으니 '헤어파츠'라고 했다.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나눠서 그 사이에 줄을 넣고 레게머리처럼 꼬는 방식인 것 같았다.

행사장에 가면 사람이 많아서 이걸 1분 안에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마네킹 말고 사람으로 실습하는 기회가 흔치 않아서 연습생들끼리 실습을 한다는 말이 떠올라서 "제 머리에 연습해도 된다"고 모델을 자처했다.

모델을 자처했다. 임서연 학생이 기자에게 헤어파츠를 달아줬다.[사진=백선우 학생] 2020.08.07 kh10890@newspim.com

"물 뿌릴게요" 칙칙 분무기 소리가 침묵을 깼다. 임서연(18) 학생은 헝클어진 기자의 머리를 빗질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했다. 몇 번 머리를 꼬더니 곧 예쁘게 모양이 잡혔다.

기자의 머리에 달린 헤어파츠가 부러웠나 보다. 다른 학생들도 모델을 자처했다. 이렇게 순수했다.

영락없는 어느 학교에서든 마주칠 법한 순수한 학생들이었다. 사연이 궁금했다. 왜 학교를 그만두게 됐는지. 이렇게 웃음 많은 학생들에게도 자퇴 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아'라는 사회적 편견에 사로잡힌 시선에 상처를 받은적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임서연 학생은 학교에서 정해주는 틀 보다는 자기 주도적으로 살고 싶어서 자퇴를 했다. 지금은 대안학교를 다니며 환경 오염에 관심을 갖고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나유정(19) 학생은 자칭·타칭 네일 전문가다. 하지만 전문가로 인정 받기 전까지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주변의 수근거림도 있었다. 다른 또래의 학생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다들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있는데 왜 남들과 다른걸 하냐"며 "차라리 공장 가서 돈이나 벌어라" 이런 말들을 주변에서 수 없이 들었다.

또래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시간에 밖을 돌아다니고 있으면 주변에서 '문제아', '비행 청소년' 등 안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을 것 같아서 "자퇴를 하기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다. 학생들의 용기 있는 선택이 사회의 편견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지는 않았을까 싶어서.

물음이 다 끝나기도 전에 학생들은 "전혀~ 후회가 없다. 다시 돌아간대도 자퇴를 할거다"라고 했다. 오히려 자퇴를 하고 학교 밖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모델이 된 백선우 학생. 주진영 학생, 임서연 학생이 열심히 헤어파츠를 묶는 연습을 하고 있다. 2020.08.07 kh10890@newspim.com

어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걸림돌이 될 뿐이었다. 이들도 다른 또래 친구들과 똑같이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합격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격증 시험, 사회 공헌 프로젝트들을 준비하는 등 어느 수험생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미래를 위해 직업 교육도 받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다들 스스로 선택해서 자퇴를 했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삶을 사는 멋있는 친구들이다"며 "하고 싶은 것은 없고 부모님이 시켜서 공부를 하는 그런 친구들보다 어쩌면 더 빨리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유 있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 걱정은 괜찮습니다..."꿈이 있으니까요"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생각하는 손. 목공 작업장에서 이재성 대표가 학생들에게 합판을 자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2020.08.07 kh10890@newspim.com

"안전이 최우선이야". 7일 아침 '생각하는 손' 목공 작업장에서는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남학생들이 목공용 앞치마를 두르고 일찌감치 교육을 받고 있었다. 다른 청소년 작업장과 달리 날카로운 도구들이 있어서 더욱 안전교육에 힘 쓰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교육만 받다가 날카로운 톱날로 합판을 자르는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생각하는 손' 이재성 대표가 시범을 보이자 옆에 있던 윤혜성(20) 학생이 우렁찬 목소리로 "제가 해보겠습니다"라며 곧 잘 따라했다.

그라인더 사용법을 익힌 뒤에는 30cm 크기의 합판을 만드는 실습을 했다. 이 합판으로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합판에 밑그림을 그려보라고 하길래 다들 각자의 개성이 담긴 밑그림을 그리는데 그림에도 소질이 없는 기자는 별(☆)을 그렸다. 다들 유심히 살펴보더니 "기자님 왜이렇게 못그려요" 하고 웃었다. 민망해서 별을 다시 지우고 하트(♡)를 그렸더니 내가 봐도 참 못그렸다. 그림 오랜만에 그려서 그런거다. 연습 했으면 잘 그렸을거다.

톱질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민망했다. 작동 버튼만 누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잘하는거였다.[사진=생각하는 손] 2020.08.07 kh10890@newspim.com

합판을 고정하고 전동 톱으로 밑그림 부분을 따라서 자르는데 다들 처음이라면서 정말 잘했다. 그래서 그림은 못그려도 "저건 껌이지" 라는 생각으로 작동 버튼을 누를 때마다 덜컹 거리면서 톱이 멈췄다. 요령이 있었다. 톱 기계는 밑으로 누르면서 해야 됐는데 오른손으로 작동 버튼 누르는 것만 집중하느라 계속 삐걱거렸다.

이 대표님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하트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조금 투박하지만 처음 만들어본 작품(?)에 뿌듯했다. 다른 친구들은 무얼 만들었나 보니 서어진(20) 학생은 냄비 받침대를 만들었고, 김재원(18) 학생은 애플 로고를 만들었다. 의욕이 넘치던 윤혜성 학생은 고난이도의 열쇠고리를 김익준(18) 학생은 수리검(?)을 만들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이것은 놀랍게도 하트다. 혹시나 오해할까봐.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거다. 2020.08.07 kh10890@newspim.com

진지하게 작품을 만들던 학생들은 무슨 작품을 만들었냐는 질문에 어느새 다시 장난기 가득한 학생의 모습으로 돌아가 부끄러운 듯 모습을 보였다. 순수하게 배움이 좋아 제도권의 학교가 아닌 '세상'이라는 학교에 발을 내딛은 이들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서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떠나는 청소년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에서 느꼈다. 사회가 제 멋대로 씌워 놓은 편견 때문에 이들의 가치가 폄훼되고 상처 받아선 안된다고. 학교 안과 밖의 학생들은 다르지 않다고. 장소만 다를뿐. 모두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똑같은 학생들로 인식 됐으면 좋겠다고.

◆ 문제아는 무슨, 꿈 많은 친구들이더라

체험을 마치고 학교 밖 청소년들의 선생님들을 만났다. 최상희 허니비 대표도 처음에는 사회의 다른 어른들과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어떤 이유로든 학교에서 여러 트러블이 있어서 그만 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몇 번 만나보니 선입견에 사로 잡혀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 대표는 "제도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을텐데 내 삶을 내가 주도하고자 하는 선택을 한 용기가 대견하다"며 "정말 자기들이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친구들이란걸 느꼈다"고 했다.

◆ 다름이 있을 뿐. 틀림은 없다

배움은 학교의 교실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선생님도 교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움의 장소만 다를뿐. 이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사진=백인혁 기자] 2020.05.19 dlsgur9757@newspim.com

선생님은 단순히 '수학', '영어' 문제의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 많은 직업 중 타인의 인생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선생님'이다. 그래서 학창시절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청춘들이 그렇듯이 나도 '공무원'을 꿈꿨다. 공무원만 합격하면 인생의 성공처럼 보였다. 그러다 교수님을 만났다. 류한호 교수님과 윤석년 교수님이다. 꼭 한번 기사에서 언급하고 싶었다.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교수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기자가 아니라 공무원이 됐거나 공시생이었을거다. 물론 다른 교수님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혹시나 이름을 빠뜨려서 서운해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는 작업장의 선생님들이 기자의 교수님과 같은 존재일거다. 이은숙 예손 뷰티아카데미 원장은 "과거에 비해 많이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학교라는 제도권을 벗어나면 문제아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들이 안가본 길을 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냐"며 "다름이 있을 뿐이지 틀림은 없다"며 힘을 줘 말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자신의 뚜렷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이다. 배움에 임하는 모습을 보라. 우리 사회가 이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재능을 받아들일 때 진짜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한다. 2020.08.07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체험하기 전까지도 편견이 있었다. '문제아'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의 학생들이 작업장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내면은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 편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처음 학교 밖 청소년 작업장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부터 누가봐도 문제 한번 일으키지 않았을 모범생 이미지의 학생들이 반겨줬고, 에너지가 넘쳤다.

오히려 제도권의 학교에서 남들이 다 하는거니까. 부모님이 그렇게 시켜서.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뚜렷한 꿈도 보이지 않는 학생들보다 멋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학교 밖으로 나와 더 많은 것들을 배웠다며.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제도를 몰라 혼자서 방황하고 있는 친구들은 가까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로 문을 두드려 보라고 했다. 더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남들을 먼저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봤다. 사회가 제 멋대로 만든 테두리와 굴레를 벗어나면 '문제아'로 인식하는 편견을 기자로서, 어른으로서 목소리를 더 내야겠다는 이런 생각. "다름이 있을 뿐이지 틀림은 없다"라는 선생님의 말처럼 편견 없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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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릴리, 먹는 비만 약 임상 성공적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주사 없이 하루 한 알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17일(현지시간) 현재 회사가 개발 중인 경구용 GLP-1 작용제 '오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 시험에서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40주간 진행됐다. 최대 용량을 복용한 환자들은 평균 체중의 7.9%(약 7.3kg)를 감량했으며, 시험 종료 시점에도 체중 감량이 멈추지 않아 체중 감량 정체기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라이 릴리는 "이번 결과는 주사제에 버금가는 수준이며, 안전성과 내약성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일라이 릴리 로고 [자료=로이터] 다만, 당뇨병 치료의 핵심 지표인 혈당 조절 효과(A1c)는 1.3~1.6%포인트 개선에 그쳐,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기대한 1.8~2.1% 수준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위약군이 0.1% 감소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개선이라는 평가다.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위장 장애였으며, 최대 8%의 환자만이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특성상 주사제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데이터는 이를 크게 웃돌지 않았다. 오포글리프론은 기존 주사제인 오젬픽(Ozempic), 위고비(Wegovy) 등과 달리 펩타이드가 아닌 비펩타이드 경구 약물로, 체내 흡수가 더 용이하고 식이 제한이 필요 없는 것이 강점이다. 또한 제조 공정이 간단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글로벌 수요 대응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일라이 릴리는 올해 말 비만 치료제로 먼저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며, 당뇨 치료제는 2026년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은 총 7건(당뇨병 5건, 비만 2건)으로, 경쟁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로슈, 바이킹 테라퓨틱스보다 최소 3년 이상 앞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0년대 초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중 경구형 약물만 500억 달러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공급난 해소와 주사제 대체 가능성을 모두 갖춘 오포글리프론이 상용화될 경우, 일라이 릴리가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보도 내용에 이날 뉴욕 증시 오전 거래에서 일라이 릴리(LLY)의 주가는 16% 넘게 급등하고 있다. koinwon@newspim.com 2025-04-1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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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회·대통령실, 세종 이전 추진"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6·3 대통령선거 예비후보는 17일 "세종을 행정수도의 중심으로 완성하겠다"며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으로 완전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겠다"며 "국회 본원과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2025.04.16 mironj19@newspim.com 이 예비후보는 이날 충청 지역 공약 로드맵을 제시했다. 세종은 행정수도로, 대전은 세계적 과학 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대전에 대해서는 "대덕연구특구를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클러스터로 전환하겠다"며 "글로벌 융합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인재 양성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예비후보는 대전연구특구를 "AI와 우주산업 중심지로 키우겠다"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전략과 연계해 세종을 스마트·디지털 행정 허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삭감된 R&D 예산은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충청권에는 대전(AI·우주산업)~세종(스마트행정)~충북(바이오·반도체·이차전지)~충남(디스플레이)를 잇는 첨단산업벨트 구축을 약속했다. 이 예비후보는 "보령‧태안‧당진에 있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지역을 태양광·풍력·그린수소 등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전환하는 지역 지원 특별법을 추진하겠다"며 "논산, 계룡에 국방 관련 기관을 유치해 스마트 국방산업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예비후보는 "충북 내륙은 휴양·힐링 관광벨트로 발전시키겠다"며 ▲청주~증평~진천~음성까지 이어지는 관광·휴양지 조성을 지원 ▲충주호와 단양8경은 호반 관광·휴양벨트로 연결하고, 소백산~속리산~장령산~민주지산을 잇는 백두대간 탐방벨트 조성 지원을 약속했다. 아울러 "청주공항을 확장하고, 사통팔달 광역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며 ▲청주국제공항에 민간전용 활주로 신설 ▲충남 서산~천안~청주~경북 울진을 잇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조기 확정 등을 약속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2025.04.14 photo@newspim.com 다음은 이 예비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충청 지역 공약 전문이다. <이재명 경선후보 페이스북 게시용 충청 지역공약>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심장, 충청을 행정‧과학 수도로 만들겠습니다" 충청은 국토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심장입니다.수도권과 남부권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충청의 심장이 힘차게 뛰어야, 대한민국 경제의 혈맥이 살아납니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은 소외되고, 기회는 편중됐습니다.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충청에 맞는 산업을 배치하고, 과감한 투자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합니다.저 이재명, 진짜 균형발전에 앞장서겠습니다. 충청을 '행정·과학 수도'로 조성해,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중심축으로 삼겠습니다. 세종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대전은 세계적 과학수도로 만들겠습니다.충북은 미래산업의 중심지로, 충남은 환황해권의 거점으로 완성하겠습니다. 첫째, 세종을 행정수도의 중심으로 완성하고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습니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겠습니다.국회 본원과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습니다.중단(2019년)된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재개하겠습니다. '무늬만 혁신도시'가 아닌 실질적 기능을 갖추겠습니다.대전과 충남 혁신도시에는 지역 경쟁력을 고려한 공공기관을 유치하겠습니다.충북혁신도시는 중부내륙 성장거점으로 키우겠습니다. 둘째, 대전을 한 차원 높은 과학 수도로 만들겠습니다. 대덕연구특구를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클러스터로 전환하겠습니다.글로벌 융합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인재 양성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겠습니다. 삭감된 R&D 예산은 대폭 늘리고, 연구자와 기술자 정주 여건도 개선하겠습니다.성과 지원을 두텁게 해 무너진 연구 생태계를 다시 일으키겠습니다. 셋째, 충청권에 첨단산업벨트를 구축하겠습니다. 대전(AI·우주산업)~세종(스마트행정)~충북(바이오‧반도체‧이차전지)~충남(디스플레이)을 잇는 유기적인 첨단산업벨트를 구축하겠습니다. 대전 대덕연구특구는 AI와 우주산업 중심지로 키우겠습니다.'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전략과 연계해세종을 스마트‧디지털 행정 허브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충북은 K-바이오스퀘어를 조기 조성해글로벌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하겠습니다.이차전지‧반도체사업 분야는 R&D와 인력 양성 인프라를 강화해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겠습니다. 충남은 국제 경쟁력과 생산성을 갖춘,미래형 디스플레이 산업 메카로 만들겠습니다.국산화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핵심 소재‧부품기업을 육성하겠습니다.혁신공정 플랫폼 등 인프라도 갖춰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를 지원하겠습니다. 보령‧태안‧당진에 있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지역을태양광‧풍력‧그린수소 등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전환하는지역 지원 특별법을 추진하겠습니다.논산, 계룡에 국방 관련 기관을 유치해 스마트 국방산업 발전을 지원하겠습니다. 넷째, 환황해권 해양관광벨트와 충북 휴양‧힐링 관광벨트를 조성하겠습니다. 서해안 해양 생태를 복원하고,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을 지원하겠습니다.해상교량 건설로 서해안 관광도로망을 완성하겠습니다.서천 브라운필드는 재자연화를 거쳐 생태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키겠습니다. 서산 부남호와 간월호는 해수 유통 등 역간척 사업으로 생태계를 복원하고, 해양신도시 개발도 함께 지원하겠습니다.금강 하구에 해수를 들여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입법과 제도개선으로 뒷받침하겠습니다. 충북 내륙은 휴양·힐링 관광벨트로 발전시키겠습니다.도민의 뜻을 모아 미호강 수질을 개선하고, 청주 ~ 증평 ~ 진천 ~ 음성까지 이어지는 관광·휴양지 조성을 지원하겠습니다.충주호와 단양8경은 호반 관광 ‧ 휴양벨트로 연결하고, 소백산~속리산~장령산~민주지산을 잇는 백두대간 탐방벨트 조성도 지원하겠습니다. 다섯째, 청주공항을 확장하고, 사통팔달 광역 교통망을 구축하겠습니다. 청주국제공항에 민간전용 활주로를 신설해, 중부권 거점공항이 되도록 지원하겠습니다.충남 서산~천안~청주~경북 울진을 잇는중부권 동서횡단철도는 조기에 확정하겠습니다.충북선‧호남선 고속화를 서둘러 X자형 강호축 철도망을 완성하겠습니다. 대전~세종~오송~청주공항을 연결하는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는 적기에 착공하고,GTX의 천안‧아산 연장도 신속히 추진하겠습니다. 잠실 또는 동탄에서 청주공항까지 이어지는수도권내륙 광역철도도 빠르게 추진하겠습니다. 우선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대전조차장 부지를 시작으로,대전 도심 철도 지하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서해대교 인근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제2 서해대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충청권 시민, 도민 여러분!저는 늘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왔습니다.자부심 넘치고 행복한 도시 충청을 만들겠습니다. 4개 시도가 하나 되어 통합경제권을 만들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충청이 살면 대한민국이 살 것입니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지금은 이재명입니다. 감사합니다. ycy1486@newspim.com 2025-04-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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