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자신들에게 잘못 배당된 일명 '유령주식'을 팔아치운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삼성증권 전 직원들의 항소가 사실상 기각됐다.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벌금 1000~2000만원이 추가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변성환 부장판사)는 1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삼성증권 과장 구모 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2000만원,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전 기업금융본부 주임 이모 씨와 전 팀장 지모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0만원, 80시간의 사회봉사가 선고됐다. 전 영업점 과장 최모 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2000만원, 12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1심 판결에 벌금형만 추가된 셈이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 씨 등 4명에 대한 항소는 모두 기각됐다. 이들은 1심에서 벌금 1000~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로고 =삼성증권] |
재판부는 "피고인들 행위로 증권 업무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추락했고, 피해회사 신용도와 평판에 손상을 가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오입력 과정에서 피해회사 과실이 적다고 하기 어렵다"며 "해고와 정직 등 징계 처분을 받은 점과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주식 매도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수단에 해당된다며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식 매도 행위로 주가가 급락해 선의의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할 위험을 제공했다"며 "투자자들에게도 손해가 전가됐으므로 주식 매도 행위는 사회통념상 부정한 수단에 해당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함으로써 신의 관계를 저버린 행위"라며 "주식 매도 행위로 피해회사 주가가 하락했고, 95억원 가량을 손해 입게 했으므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2017년 4월 6일 삼성증권이 자신들에게 잘못 배당된 일명 '유령주식'을 팔아치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현금을 배당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전산입력 실수로 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의 주식을 조합원 2018명 계좌로 배당했다. 당시 잘못 발행된 주식은 28억 1295만주에 달했다.
삼성증권 직원 중 16명이 정상 주식인 것처럼 속이고 약 501만주(1820억원 상당)를 매도하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최대 11.7% 폭락했다. 다른 5명도 주식을 매도하려 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규모가 매우 크고 주식거래 충격이 작지 않다"며 "특히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업 종사자로서 직업윤리에 반하는 사건이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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