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9단지·올림픽선수촌, 1차 안전진단 업체 선정
안전진단 통과시 공공참여 고밀재건축 참여 가능
사업성·주거환경 악화 우려...참여 여부 '불투명'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서울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첫발인 정밀안전진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부터 안전진단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지는 등 규제 강화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23번째 부동산 대책까지 나오자 향후 추가 규제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면서 더욱 서두르는 분위기다.
이들 단지는 향후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해당 사업 참여시 용적률 상향, 사업기간 단축 등 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나 다수의 단지는 과도한 기부채납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공공 참여를 꺼리는 모습이다.
◆ 고덕주공·올림픽선수촌 정밀안전진단 수행업체 선정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재준위)는 지난 12일 1차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할 업체 선정을 마쳤다. 이 단지는 앞으로 3개월간 안전진단을 거쳐 오는 11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정밀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설비 노후도 ▲비용 편익 등을 따져 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안전진단 결과는 A~E까지 5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A~C등급은 재건축 불가, D등급은 조건부 재건축, E등급은 재건축 확정이다. 조건부 통과한 단지는 한국시설안전공단 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2차 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도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한다.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도 지난 10일 1차 안전진단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다. 입찰 참여 업체들의 용역수행능력 등을 평가하는 적격심사를 거쳐 다음 주쯤 업체 선정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선수촌 재건축 모임은 지난 6월 중순 안전진단 비용 모금을 시작한지 2주 만에 비용을 마련하고, 지난달 1일 송파구청에 신청했다.
앞으로 안전진단 문턱이 더 높아지면서 노후 단지에서는 사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1·2차 안전진단의 선정·관리주체를 기존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했다. 이는 올해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유상근 올림픽선수촌 재건축 모임 회장은 "안전진단 규제가 나오면서 소유주들 사이에선 사업을 빨리 진행하자는 인식이 생겼다"며 "정부가 규제를 할수록 오히려 단결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송파구 한양1차아파트와 양천구 목동12단지도 1차 안전진단 신청을 마치고 현재 업체 선정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노원구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아파트는 현재 예비안전진단신청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접수받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0.08.13 pangbin@newspim.com |
◆ 안전진단 통과시 공공재건축?..."주민 찬성 어려울 듯"
이들 단지는 안전진단 통과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건축이 가능하지만, 벌써부터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최대 70%의 과도한 기부채납으로 사업성 저하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는 그대로인 탓에 공공재건축에 따른 최대 용적률 500% 적용, 최고 50층 허용 등 혜택도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이강석 고덕주공9단지 재준위원장은 "젊은 사람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려는 정부 정책은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에 이어 기부채납으로 임대아파트를 늘리라고 하면 사업성이 떨어져 주민들이 찬성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고밀 재건축보다는 쾌적한 주거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공공재건축의 매력이 반감됐다는 설명이다.
유 회장은 "메르스, 코로나19 등 감염병 발생 주기가 짧아지면서 안전하고 쾌적한 단지 조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제시한 고밀도 재건축은 이러한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단지들에서 공공재건축 참여를 꺼려하면서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이 참여하면 '공공스러운 아파트'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효과는 한정적"이라며 "조합원 아파트의 향후 가치나 일반분양가에 연동되는 추가분담금 등을 고려하면 고급스럽게 짓는 것이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