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 임기만료에도 후보군 없어
"코로나 현안 대응 위해 연임 필요"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임기만료 보름을 앞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연임이 유력해졌다. 여권에서 뚜렷한 후임을 찾지 못해, 이 회장에 대한 재신임으로 사실상 결정해서다. 금융당국과 산은이 이 회장 거취 결단을 늦추면서, 코로나19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 대응이 늦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임기가 다음달 10일까지인데도, 아직 여권에서 인사 추천 풀이 구성되지 않았다. 인사 풀 가운데서 청와대가 고심해 낙점하면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면해야 한다. 그런데 후보조차 정하지 못한 것이다.
3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2020.08.03 bjgchina@newspim.com |
결국 현재 유일한 후보는 현임 이 회장뿐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동걸 회장 말고는) 아예 다른 대안이 없다"며 "아직까지 인사 추천 풀도 구성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유임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당국이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을 굳혔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2017년 9월 임기를 시작한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한국GM 등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쌍용자동차 회생, 두산그룹 경영정상화 등 시급한 과제가 놓여 있어 산은 내부적으로도 이 회장이 마무리까지 책임지길 바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 20일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 최종 인수의지 확인을 위해 이 회장과 정몽규 회장의 면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코로나 이후 새로 추진하는 과제들의 업무 연속성도 필요하다.
오히려 산은과 금융당국이 이 회장의 연임을 원하면서도 청와대와 여론 눈치를 보느라 사안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게 유지되면서 시중은행을 비롯한 유관기관에서도 괜히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평시 상황이라면 모를까, 코로나 사태에서 기업 지원 및 회생 일선에 서야 하는 산은 회장 임명을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처리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변수는 최근 25년간 산은 회장 연임이 없었다는 점이다. 산은 회장 연임은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으나, 1995년 이후로는 25년째 단임제를 유지해 왔다. 최근 관례를 깨는 부분이 부담일 수는 있으나, 전혀 없었던 일도 아닌 만큼 크게 지장을 줄 이슈는 아니다.
결국 연임은 이 회장 본인의 의사에 달린 문제다. 이 회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군대를 한 번 가지, 두 번 가느냐"며 유임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에서는 "이제 쉬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는 관계자도 있다. 지난 6월에는 공개 브리핑에서 "9월 임기까지 미련없이 최선을 다 할 것이며 그 후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평소 이 회장의 성격과, 긴박한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결국 이 회장도 연임을 수락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본인 의사도 중요하지만, 책임감이 매우 강한 분으로 알고 있다"며 "(산은 회장은) 단순히 개인 의사만 반영해 임명할 수는 없는 자리"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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