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법 위반 등 혐의…1·2심서 각 벌금 1000만원
"응급헬기 점거 사실만으로 응급의료 방해 위험 발생"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운항하지 않는 밤 시간에 헬기장에 몰래 들어가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를 점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모형비행기 동호회 회원들이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 등 3명의 상고심에서 이들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응급의료 전용 헬기장[사진=청송군] |
김 씨 등은 지난 2016년 8월 11일 오후 9시 55분 경 술을 마시기 위해 출입이 금지된 단국대병원 구역 내 헬기장에 몰래 들어갔다.
이들은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닥터헬기를 밟고 올라가 프로펠러 위에 올라탄 뒤 메인 로터(회전날개)를 강제로 회전시켜 응급의료법 위반 및 항공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씨 등의 공동주거침입 및 항공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응급의료 전용헬기의 운항시간이 아닌 오후 9시55분 경부터 오후 11시 10분 경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헬기를 밟고 걸어다니는 행위를 하다가 헬기장을 떠난 것이므로 그 자체로 응급 의료행위를 방해할 구체적·추상적 위험을 야기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사건 당시인 2016년에는 안전성을 고려해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항시간이 일출 후에서 일몰 전까지로 정해져 있었다. 이후 야간 등 24시간 운항은 2019년 9월 도입됐다.
2심은 1심 형량을 유지하면서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진술 자체에 의하더라도 응급의료용 기물인 응급헬기를 약 1시간 15분 가량 점거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그러한 사실관계만으로도 응급의료 상황에 투입돼야 할 헬기를 일정 시간 동안 점유해 응급의료 방해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헬기장에 들어간 행위를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한 행위로 볼 수 없다"며 공동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도 이러한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그러면서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 판결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 이유를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