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동반자살 결의·실패 주장…법원, '계획살인' 판단
재판부 "살인 고의 인정…1심 형 달리할만한 사정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부천의 한 모텔에서 약물을 과다 투여해 남자친구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호조무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33) 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재판부는 '남자친구이던 A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으나 혼자 살아남은 것'이라는 박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박 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간호조무사로 상당 기간 근무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약물을 정맥 주사하면 사망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고 주도적으로 이를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 씨가 A씨와 동반자살을 결의하거나 A씨가 자신에 대한 살인을 부탁·승낙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직전 인터넷을 통해 피해자 죽음을 동반자살로 은폐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을 확인하고 따라 죽고자 여러 번 시도했다고 하는데 피고인의 몸에서 주저흔 등 어떤 외상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자는 사건 전날 피고인과 통화하면서 '한 달 뒤에 있는 친구 동생 결혼식에 참석해야 한다', '서로를 닮은 자식을 낳고 싶다' 등 자살을 하루 앞둔 사람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화를 했다"며 "피해자가 당시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학원 등록, 면허 취득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던 정황도 확인된다"고 했다.
양형에 관해서는 "사람의 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생명을 빼앗는 결과는 심히 중대하다"며 "동반자살을 결의해 죽음을 시도했으나 피고인만 살아남았다고 주장하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가족이 엄벌을 호소하고 있고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당심에서 원심 형을 달리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고 원심이 선고한 징역 30년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1심 구형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심은 박 씨에게 살인 동기가 있는 점, 피해자와 동반자살을 계획한 정황이 존재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박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박 씨는 지난 2018년 10월 20일 오후 10시 30분께 경기 부천시 한 모텔에서 A씨에게 진통소염제 일종인 디클로페낙을 과다 투여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A씨에게 피로회복을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주사한 뒤 폐업한 자신의 이전 직장에서 빼돌린 디클로페낙 등을 A씨에게 투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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