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희망퇴직으로 강경하게 나섰지만 격려 메시지로 소통
적자 LCD 줄이고 OLED 중심으로 재편...수익성 개선 성과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혼란과 불안속에서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히 임해주고 있는 임직원에 감사드립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핵심과제를 실행하는데 필수적인 업무몰입도 유지와 함께 임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시 합시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달 초 임직원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디스플레이시장 악화 등 경영상 어려움 속에서 겹악재로 다가온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이다.
'경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임직원과의 강한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의 소통경영은 매번 적극적이다. 그 결과 LG디스플레이는 정 사장의 진두지휘 1년 만에 수익성 개선과 흑자 달성이란 목표를 향해 파란 불을 켰다.
◆ 임직원들과 '소통' 강조...'목표' 달성 위해 과감히 나서기도
16일 관련업계와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16일 이 회사의 사장으로 온 이후 매달 한두 번씩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소통하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의 공감과 신뢰, 이를 통한 목표달성 의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사진=LG디스플레이] 2020.07.23 sjh@newspim.com |
특히 그는 LG디스플레이가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을 받은 이후 가장 오랜 기간을 근무했던 곳이란 점에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 있게 이끌어 가겠다는 의중은 그의 이메일 곳곳에서 묻어난다.
정 사장은 2008년부터 6년간 LG디스플레이에서 부사장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LG전자, LG생활건강에도 있었지만 기간은 1~2년에 불과하다. CEO 반열에 오른 LG화학에서는 3년 정도 있다가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로 돌아왔다.
복귀 직후 그는 조직을 확 바꿨다. 대표이사 부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개편이다.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님에도 사업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와 효율적 의사결정 구조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뼈를 깎는 고통도 있었다. 임원과 조직을 각각 25%씩 줄였고 5년차 이상 생산직과 사무직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LG디스플레이가 사무직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은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그러면서 그는 함께 실현해야 할 3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대형 OLED 대세화 ▲중소형 플라스틱 올레드(P-OLED) 턴어라운드 ▲ IT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LCD 구조혁신 등이다.
이후 정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첫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속도감 있고 강도 높게 당면 과제를 추진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조직개편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정 사장은 "6년 만에 다시 돌아와 여러분들과 같이 일하게 돼 기쁘고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마음"이라며 "굳은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멋진 모습으로 재도약하자"는 격려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2020년 정기임원인사에서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하에 사업의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여도가 크고 성과를 낸 탁월한 차세대 인재는 과감히 발탁했다.
LG디스플레이 내부에선 성과 창출을 위한 독려와 함께 격려의 메시지로 임직원들과 꾸준히 소통하려는 정 사장의 노력에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경영 정상화 노력, 성과로 이어져...이익 개선 '눈앞'
정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수익구조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6분기 연속 적자 고리를 끊고 이르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서동희 LG디스플레이 CFO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거시경제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본다"며 "3대 중점과제에 대한 가시적 결과물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LG디스플레이 실적 추이. 2020.09.15 sjh@newspim.com |
우선 코로나19로 차질을 빚었던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이 지난 7월부터 양산에 돌입하면서 실적 개선과 대형 OLED 대세화에 힘을 싣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생산의 두 축인 파주 공장(월 7만장)과 광저우 공장(월 6만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는 올 하반기 글로벌 대형 OLED 패널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로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지난 7월 중국 광저우 공장 양산 출하식에서 "대형 OLED는 LG디스플레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이라며 "광저우 신공장의 본격 가동으로 우리는 대형 OLED 사업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모두 가속화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CD 사업 구조조정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국내 TV용 LCD 생산라인을 정리하고 2017년 이후 가동을 중단한 구미 2·3공장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LCD는 부가가치가 높은 노트북, 모니터 등 IT용 제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 지난 2분기에는 매출 비중이 절반을 차지할 만큼 커졌다.
LG디스플레이가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P-OLED도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분위기다. 애플 아이폰에 스마트폰용을 공급한 데 이어 고부가가치 분야로 꼽히는 차량용으로의 탑재가 늘어나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8년 만에 비전체계도 재정비했다. '글로벌 넘버원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최고의 디스플레이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LG디스플레이가 반짝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연속성을 가져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시 분기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럼에도 내년에는 연간 기준 완전한 이익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가 추진해 온 사업 구조 전환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자의 주요 원인인 대형 LCD를 줄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IT용 LCD 비중을 높인 데 이어 P-OLED 물량의 확대로 수익구조가 점차 안정화 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연간으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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