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담보'의 성동일이 가장 그다운 연기로 추석 극장가를 감동으로 물들였다. 투박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따뜻하고 강한 아버지로 찾아온다.
영화 '담보' 개봉을 앞두고 성동일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가을이라고 원피스를 입은 관계자를 보며 "우리 아내도 하나 사줘야겠다"고 말하는 그는 '담보' 속 연기했던 두석과 지독하게도 닮아있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담보'에 출연한 배우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0.10.05 jyyang@newspim.com |
"우리 애들이 대본을 다 봤어요. 극장에도 이번엔 다 데리고 갔죠. 아빠 연기 많이 늘었다고 잘 봤다고 하더라고요. 둘다 많이 울기도 했는데, 이 친구들 얘기가 도움이 되나요. 하하. 배우가 생각했을 때 아쉬운 부분은 있죠. 다들 그럴 거예요. 과거 이야기들이 통으로 빠져버리거나 간결하게 나온 부분도 있죠. 요즘은 굉장히 빠른 전개가 유행이잖아요. 한 반년만 담는다 그래도 영화가 늘어지는데 15-16년을 담아내다보니, 브릿지들을 많이 쳐냈죠."
성동일이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감정, 그리고 출연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했다. 영화 제작보고 당시에 그는 "성동일 그 자체로 연기했다"면서 극중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저도 자식 셋을 키웠고, 상황적으로 승이를 어떻게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마음이 잘 이해가 됐죠. 이 나이에는 한번쯤은 이런 얘기를 소소하게 담아도 좋겠다 싶었고요. 요즘 살아가는 게 굉장히 어려운데 아주 빠르게 바뀌는 시대잖아요. 뭐 우주도 왔다갔다하고 땅도 뚫어버리는데 이런 영화도 오랜만에 나쁘지 않겠다 싶었죠. 큰 영화도 많긴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에 몰입해주시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전반적으로 가격대비 굉장히 좋은 음식점 같은 느낌의 영화예요."
특히 성동일은 아쉽게 삭제된 씬이 있어서 더 승이를 이해하기 쉬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애가 불쌍한 것도 있지만, 컨테이너에서 신발을 발견하는 순간이 두석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극중 승이는 두석에게서 도망쳐, 한짝 남은 신발을 벗어놓고 혼자 엄마를 찾으러 떠나고, 위험에 빠진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담보'에 출연한 배우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0.10.05 jyyang@newspim.com |
"사실 어린 두석이랑 할머니와 찍은 신이 있었어요. 엄마에게 버려져서 매일 기다렸던 경험이 두석에게도 있죠. 승이가 짠하기도 하고, 또 돈은 받아야 하잖아요. 나중엔 '그래, 나도 버림받았는데 너도 그럼 안되지' 하는 맘을 먹게 되는데 조금은 큰 부분이 통째로 날아갔죠. 하하. 중간 중간에도 지나치게 설명에 치중하는 신들은 다 들어냈어요. 그럼 신파로 보일 수도 있거든요. 우리끼리는 '대체 왜 우린 결혼 안해?' '왜 다 가족이 없어?' 이런 말도 했지만 그거 다 하자면 16부작으로 가야죠. 하하. 1시간 50분만에 결말까지 보여줘야 하니까 선택을 해야 했어요."
성동일은 두석에게, 또 승이의 감정에 깊게 이입한 이유를 스스로의 경험에서도 찾았다. 그는 "우리 애들이 그 상황이라고 생각해보면 아찔하다"면서 진한 부정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그는 연기적으로는 과도하게 감정을 쏟아내지는 않았다. 두석이 그저 중간 입장을 유지하면서 보여주기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이 영화의 강점이기도 했다.
"애를 셋 키워보니까 내가 가장으로 이 자리에 없었음 우리 애들은 어떻게 됐을까. 너무 아찔해요. 상상도 못하겠어요. 그렇게 쉽게 접근했어요. 늘 가까이서 찾는 스타일이죠. 나라면 어떻게 할까. 고급지게 막 얘기도 못하고 사실 할줄도 몰라요. 아시잖아요. 저는 입금되면 움직이니까. 하하. 눈물 연기는 사실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안하는 배우가 없어요. 온통 다 우는데 저는 안울어요. 여기선 절대 안울겠다 맘 먹었죠. 내가 울어버리면 관객이나 다른 분들이 할 게 별로 없겠더라고요. 근데 차차차 유리창 사이에 두고 승이 보는데, 그 장면은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담보'에 출연한 배우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0.10.05 jyyang@newspim.com |
전작들에서 늘 정 많은 아버지로 사랑받았던 성동일. 여러 역과 연기를 거쳐왔지만 '담보'에서만큼 큰 역은 드물었다. 거의 원톱으로 영화를 이끌면서 걱정은 없었을까. 그는 "역이 작아도, 커도 부담은 똑같다"면서 쿨하게 답변했다.
"집사람이 큰 역 맡는 걸 좀 걱정해요. 사실 돈 벌기는 좀 적은 역으로 나오는 게 좋을 때도 있죠. 하하. 이거는 내가 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역이 아닐까 했어요. 어떨 때는 의아한 분들도 계실 거예요. 저한텐 우정출연이나 주연, 조연의 무게가 정해져있지 않아요. 단역도 얼마든지 할 수 있죠. 딱 보고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할 수 있으면 무조건 하죠. 주연이 들어와도 안되겠으면 '미안한데 못하겠다'고 하고요. 이건 받고서 '내가 할게' 그랬어요. 제가 성적은 나빠도 개근상은 받자는 식이에요. 부담이 왜 없겠어요. 남의 돈 쓰는 건데. 근데 단역이든 조연이든 주연도 다 똑같아요. 자식 하나 있어도, 열 있어도 부담스러운 건 똑같잖아요."
거창한 메시지를 담지는 않았지만, '담보'에는 분명히 이야기하고자 하는 점들이 있다. 남보다도 못한 가족도 있지만, 영화 속에서처럼 생판 남들끼리 가족이 되기도 한다. 성동일은 "멀리 가지 마시라. 가까이서만 챙겨도 참 좋을 것"이라면서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단순한 메시지를 전했다.
"여기선 다 남인데도 이러고 살아요. 혈육만이라도 잘 챙기고 대화하자. 그렇게 느끼면 참 좋죠. 굳이 멀리 가지마, 가까이서만 챙겨도 좋잖아요. 자연을 사랑하고 애견이나 뭐 대단한 좋은 일들도 많죠. 근데 거긴 인간이 빠져있어요. 주변 사람 좀 돌아보자는 얘기예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버틸 수 있고 조금 부족해도 서로를 기쁘게 할 수 있잖아요. 이 영화도 사실 그 얘기 같아요. 요즘 시국이 어렵고 살기가 힘드니 팍팍하게들 살아요. 연기자들도 똑같죠. 그래서 이 영화가 맘에 들었어요. 너무 실제 인생이랑 비교를 하지는 마시고, 돈 만원에 재밌고, 감동적인 영화 한 편 보시면 좋겠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