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제 예고
해킹 피해시, 손해배상 규모 수백배 불어나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정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범위를 확대하고 나서자 신용카드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5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 범위 확대 내용을 담은 집단소송법 제정안 및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집단소송제도는 50명 이상의 피해자가 모이면 피해자 중 일부가 제기하는 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자 모두가 구제받는 제도다. 현재 주가조작이나 허위공시 등 증권 분야에 한정돼 도입되어 있는데 이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급입법을 통해 BMW 차량 화재 사건, 라임자산운용 부실 판매 사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거나 배상하겠다는 의도다.
기업들은 예상하지 못한 경영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카드사는 사건이 터질 경우 규모가 커 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2~2013년 KB국민카드를 비롯해 NH농협카드, 롯데카드의 고객정보 총 1억 400만건이 유출됐다. 카드3사와 신용카드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 모델링 개발용역 계약을 맺은 신용정보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A씨가 자신의 이동저장장치(USB)를 이용해 고객 개인정보를 외부로 빼돌렸다.
KB국민카드 5378만건, 롯데카드 2689만건, 농협은행 2259만건 등 총 1억 326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이 중 일부는 대부업체 등에 넘어갔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카드사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에게 각 1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소송을 제기한 이들이 약 1만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카드사들은 약 10억원을 배상하는 데에 그쳤다.
만약 당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다면 1인당 배상액은 최대 50만원까지 커진다. 배상 대상도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에 한정되지 않고 유출된 개인정보 1억 326만건의 피해자로 확대된다. 배상액이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늘었을 것으로 추산되는 이유다.
지난 7월에는 시중은행을 해킹한 혐의로 구속된 B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카드정보 61만 7000건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카드업계는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입장이다. 지나친 소송으로 인해 시간과 비용 등 소송 부담이 막대하게 늘어나게 되고, 결국 경영 부담이 커져 마이데이터 사업 등 신사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고객정보 유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집단소송 등 도입만으로도 카드사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상상 이상"이라며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행동반경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