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집 있는 사람도, 집 없는 사람도 부동산으로 피곤한 세상"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말이다.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실효성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꼬집는 것이다.
무주택자는 집값이 너무 올라 서럽다. 상대적 박탈감마저 든다. 집값을 잡겠다는 얘기를 믿고 기다렸던 무주택자들은 이제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유주택자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집이 있어 다소 위안은 되겠지만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커졌고 실수요자의 경우 세금 부담도 상당하다. 일각에선 "누가 집값을 올려달라고 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집이 있던, 없던 서민 대다수가 부동산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을 잡겠다는 일념 아래 지난 3년여간 크고 작은 정책을 23차례 발표했다. 하지만 집값이 잡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시장 대응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민들이 실망하고,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국토부 장관 자리에 무거움을 느껴야 한다. 사회기반시설(SOC) 예산만 한해 26조원을 주무르는 자리다. 국회 상임위원회 중 국토부를 감사하는 국토위는 서로 하겠다는 국회의원이 차고 넘친다. 그만큼 국토부는 힘이 있는 기관이자 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곳이다.
김 장관의 현실 감각도 아쉬운 부분이다. 최근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집값이 14% 올랐다고 주장해 다양한 논란을 빚었다. 추후 한국감정원이 전한 자료를 공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의 질책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민간기관에서 분석한 50%대 상승률과의 괴리율 문제만이 아니다. 김 장관은 감정원이 조사한 상승률 14%라는 수치에 의심을 가질 만했다. 주변 중개업소 몇 군데만 돌아봤어도 그 수치에 오류가 있다는 걸 단박에 눈치를 챘을 거다. 이후 김 장관이 실거래 상승률이 아닌 매매가격지수 자료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현실 감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부동산시장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잘 돌아가고 있지 않다. 장기적인 초저리금로 부동산 등 실물자산 선호현상이 극심해진 것이나 30대를 중심으로 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구입)', '패닉바잉(공항구매)' 현상은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고,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부동산 대책의 일대 전환점과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늦었지만 정말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사실 부동산 대책을 국토부 장관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청와대 핵심 참모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도 머리를 맞댄다. 그럼에도 번번이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비판을 받았다면 과감한 인적 쇄신에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 수장을 뽑아 전문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조언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시장을 이기겠다는 '밀어붙이기식' 대책은 곤란하다. 피로감은 쌓이고 정책의 신뢰도는 깎인다. 얼마 남지 않은 문 정부가 부동산 대책에 보다 세심한 대응을 하기 바란다. 그래야 집 없는 사람도, 있는 사람도 조금이나마 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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