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경찰 차벽, 최후 수단이고 시민 통행 제한 말아야"
경찰 "다른 대안 없다" vs 시민단체 "법리 어긋나는 공권력 행사"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개천절과 한글날 도심 집회 당시 경찰이 세운 차벽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간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차벽 설치가 최후의 수단이었는지 여부와 차벽 설치로 일반 시민들 통행까지 금지됐는지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차벽 설치의 적절성을 판단해 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차벽 설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으며 시민 통행까지 전면 차단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위헌 소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차벽 설치가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 2009년엔 위헌, 2015년엔 합법...'최후 수단·시민통행' 여부 쟁점
14일 법원에 따르면 경찰의 차벽 설치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과잉금지 원칙'에 따라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 등을 충족해야 한다. 정당한 목적으로 차벽을 설치해 집회·시위를 막더라도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적법하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제 574주년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과 거리가 시위 및 집회 등을 차단하기 위해 통제되고 있다. 2020.10.09 kilroy023@newspim.com |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9년 6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당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봉쇄한 것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일반 시민들조차 서울광장 진입을 금지했기 때문에 침해의 최소성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헌재는 "서울광장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는 경우 일반시민의 통행까지 제한된다"며 "여가·문화 활동에 과도한 제한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을 고려했어야 함에도 모든 시민의 통행을 전면 제지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차벽 설치에 대해서는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는 등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치"라며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차벽 설치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도 있다. 지난 2015년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범국민행동' 집회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강모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차벽 설치는 시위대 진행을 제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이 차벽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시위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시위대를 제외한 일반 시민이 통행할 수 있도록 했고, 교통소통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 "다른 대안 없다"는 경찰..."과도한 조치" 비판
경찰은 개천절과 한글날 광화문 일대에 설치됐던 차벽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차벽 설치 외에는 대응할 수단이 없는데다 광화문 광장 인근 상인 및 시민들 통행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이 모이고 난 이후에 공공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가할 상황에 따라 해산명령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사후적인 조치"라며 "코로나19 감염병은 사람 운집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유효한 수단이 마땅치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근 상인이나 일반 차량은 정상적으로 통행이 가능했고, 도보로 이동하는 시민들 통행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법익 균형성이 충족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제 574주년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이 시위 및 집회 등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 버스로 통제되고 있다. 2020.10.09 kilroy023@newspim.com |
그러나 일각에서는 집회를 금지시키고 차벽까지 세운 것은 과도한 조치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개천절 집회와 같이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하면서 광화문 광장 진입까지 차벽 설치를 통해 전면 차단한 경찰 조치는 법리에 어긋나는 공권력 행사"라고 평가했다.
특히 "차벽 설치는 '마지막 수단'에 해당하지 않아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평화적 집회, 결사 및 일반 시민들 통행 모두를 전면 제지한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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