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지지자, 서울시 관계자 50여명 참석...눈물로 고인 추모
"코로나19에 진상규명도 안 됐는데…", 불쾌감 드러내는 시민도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시장님은 시민들의 바람막이였는데, 이젠 편히 쉬세요."
"코로나19에 진상규명도 안 된 상태라서 좋아보이지는 않네요."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천도재(고인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가 엄수됐다. 유족과 지지자들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고인을 추모했으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까지 겹친 상황이라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도 있었다.
유족 측이 봉송 의식을 하러 대웅전을 나서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2020.10.16 kmkim@newspim.com |
이날은 박 전 시장이 세상을 떠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박 전 시장은 지난 7월 8일 전직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후 7월 10일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전 시장 유족과 박 전 시장 팬클럽,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회원 등 50여명은 이날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조계사에 모여 100일재(百日齋)를 지냈다.
성추행 방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김주명 전 서울시 비서실장(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 등 서울시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내내 대웅전 앞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100일재를 지켜봤다. 100일재가 끝난 뒤에도 박 전 시장의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송창훈 박원순 기억연대 공동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박 전 시장의 명예도 회복되리라 본다"며 "100일재가 끝나고 지지자들이 크고 작게 추모하는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일재 내내 눈물을 흘리던 박 전 시장 부인 강난희 씨는 지지자들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지지자들은 유족들에게 "사모님 힘내십시오", "저희가 응원하겠습니다" 등 덕담을 건넸다.
시민 이모 씨는 "시장님은 시민들의 바람막이였다"며 "이젠 바람막이가 사라져서 시민으로서, 서민으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돌아가셔서 인사할 시간조차 없었다"며 "할 만큼 하셨으니 이젠 편히 쉬시라고 말하고 싶다"고도 했다.
반면 이날 조계사에서 진행된 박 전 시장의 100일재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 A씨는 "서울시에서 코로나19로 제한하는 게 많은데 이 시국에 모이다니 이해가 안 된다"며 "더구나 진상규명이 아직 안 된 상태라서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 씨 역시 "이미 49재를 치르고 또 100일재를 공개적으로 지내다니 매우 유감"이라며 "성추행 의혹을 덮으려는 저의가 보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부 네티즌들도 "지금 추모하는 사람들은 뭐냐", "저기에 흘릴 눈물 있으면 피해자한테나 사과해라", "뭘 잘못해서 아버지 100일재도 안 모시고 안타깝다" 등 반응을 보였다.
앞서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전직 비서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100일은 나에겐 너무나 길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신상에 관한 불안과 위협 속에서 거주지를 옮겨 지내고 있다"며 "거주지를 옮겨도 멈추지 않는 2차 가해 속에서 다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괴로워하며, 특히 그 진원지가 가까웠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뼈저리게 몸서리치며 열병을 앓기도 했다"고 전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