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징역 7년·벌금 9억원 구형…"국정농단 유사 사건"
정경심 "양심적으로 살아왔다"…재판부, 12월 23일 선고 예정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이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정 교수는 검찰 측 구형에 눈물을 보이면서 "억울함이 없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는 5일 사문서위조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정 교수에게 징역 7년과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 거래 혐의에 대한 벌금 9억원 및 추징금 1억6460여만원을 구형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1.05 dlsgur9757@newspim.com |
검찰은 이 사건을 "국정농단과 유사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최고 엘리트 계층인 대학교수가 우리 사회의 공정한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는 입시에 대한 신뢰를 침해하고, 공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백지신탁 등 고위 공직자의 의무를 저버린 채 차명주식 매수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부의 축적을 시도한 것"이라며 "이는 우리 사회의 공정, 신뢰, 법치주의, 대의제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중대한 범죄로서 가치 재확립을 위해서라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정치적 목적 수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강백신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1부장검사는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정치적 의견으로 수사했다지만 본건은 검찰 자체 내사 없이 언론과 시민사회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형사법 집행 의무자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킨다고 해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중단되거나 방향이 급선회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엘리트 계층의 부정부패에 대한 정당한 수사를 막기 위한 방패막이로 사용하기 위한 부당한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오래된 과거 사실을 단편적이고 부정확한 사실과 파편적인 사실관계의 조각들을 과도한 추정과 수사기관의 의도를 결합해 만든 허구적인 것"이라면서 검찰 측 의견을 정면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수많은 스펙 중 일부라도 허위가 있다면 모두 업무방해인지, 그렇다면 거기에 해당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며 "평가자가 실제보다 후한 평가를 해 확인서를 작성해줬을 경우 이를 제출한 학생이 왜 업무방해가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학생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해서 과하게 작성됐다고 판단되며 제출하지 않거나 수정해달라고 해야하느냐. 아니면 부모가 이를 판단해서 제출하지 못하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가 딸의 동양대학교 총장상과 관련한 주광덕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19.09.06 kilroy023@newspim.com |
또 김종근 변호사는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자신의 지인 법관 일화를 소개하면서 "수년전에 자기가 작성한 문서인 게 틀림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는 거다. 근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게 너무 당연하다. 기억에 의존해서 사실관계를 복구하는 건 애당초 어려운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시작이 표적수사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당시 장관 후보자 낙마 목적으로 한 표적수사였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재판을 하면서 이 사건이 대단히 중요한 것처럼 얘기되고, 중요성을 끊임없이 부여하고 있는 사건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개개인 문제가 아닌 국가의 안위, 내란죄 정도의 사건인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후 진술 기회를 얻은 정 교수 역시 기소 이후 1년 3개월여 간의 소회를 밝히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정 교수는 "부족하겠지만 제 나름대로 양심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오고자 노력했지만 한 순간에 저뿐 아니라 아이들은 물론 친정식구와 시댁식구까지 망라해 온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되어 언론에 대서특필돼 파렴치한으로 몰렸다"며 "저에 대한 수사가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번지는 것을 보고 사는 것에 대해 심각한 회의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디 부족하지만 제가 최선을 다해 제출한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해 억울함이 없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내달 23일 오후 2시에 1심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검찰의 구형 이후 한 방청객이 소란을 피워 2시간여 동안 구금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방청객은 "검사가 말하는 게 우리 시민들의 생각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기득권이라는 본인들을 향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굉장히 화가 나서 X소리라고 혼잣말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구금될 정도의 큰 잘못인지 잘 모르겠지만 재판 운영에 있어 방해가 됐다면 죄송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별도의 처벌은 하지 않고 퇴정 명령을 내렸다. 또 내달 열리는 선고 공판 방청도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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