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많은 작품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남기고 싶어요. 또 안 좋은 평가보단 '잘한다'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다작 요정'을 꿈 꾸죠. 하하."
2017년 tvN '내일 그대와'를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한 배우 황희가 최근 종영한 '구미호뎐'을 통해 대중의 기억 속에 박힐 캐릭터를 남겼다.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와 그를 쫓는 프로듀서의 판타지 액션 로맨스를 그린 이번 작품에서 황희는 인간 세상에 내려온 여우 구신주로 분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배우 황희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드라마 '구미호뎐' 종영 관련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1.23 kilroy023@newspim.com |
"먼저 7개월간의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냈다는 것에 대해 뜻 깊게 생각해요. 감독님과 많은 스태프, 동료 배우들과 헤어져서 각자의 길을 간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요. 이제 막 정이 들고 재밌어지는 시점에서 헤어지니까 아쉬움이 크게 남네요. 시청자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황희가 맡은 구신주는 백두대간 시절부터 이연(이동욱)의 충신 노릇을 해온 토종 여우이자, 인간 세계에서는 수의사로 활약하며 '명의'로 불리던 인물이다. 캐릭터의 본질은 여우지만, 연기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었기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인물이 어떻게 보여져야할지 고민을 했는데, 캐릭터가 '구미호'라고 고민했던 적은 없었어요. 여우의 특성을 찾기보다, 구신주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 고민했거든요. 감독님도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여우였으면 한다'라고 하셨고요. 제가 그린 구신주는 사회성이 좋고, 소위 말하는 '인싸'이자, 사회에 잘 적응한 인물이었어요. 또 이연이라는 인물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하는 그런 우직한 심장을 가진 인물로 보이길 바랐고요."
구신주는 이연과 남지아(조보아) 못지않게 드라마 내에서 사랑받은 캐릭터이다. 인간 세계에 내려왔을 때 존재론적 고민도 했지만 치킨을 맛보고, 마트를 거닐며 삶의 모토가 바뀐 조금은 허당미가 있는 캐릭터라 시청자들의 웃음 요소 역할을 소화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배우 황희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드라마 '구미호뎐' 종영 관련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1.23 kilroy023@newspim.com |
"전 구신주가 사랑받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착하고, 사랑스럽잖아요(웃음). 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인물이 약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꺾이지 않는 의지, 충성심은 마치 전사의 심장 같더라고요. 하하. 신주는 눈치 없는 듯 보이지만, 유머러스해요. 좋아하는 여자한테는 직진이고요. 멋있는 모습들이 많아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구신주가 극중에서 사랑받은 것은 이연의 충신이었던 이유도 있지만, 기유리(김용지)와의 러브라인도 한몫을 했다. 지고지순한 '바라기' 스타일의 구신주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유리의 케미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저랑 기유리 둘 중에 한 명이 죽을 거라고 예상했던 시청자들이 많았더라고요. 하지만 결혼하고 가정까지 이뤘습니다. 하하.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어요(웃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돼서 너무 좋았죠. 또 초반보다 비중이 커진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황희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은 바로 tvN '아스달 연대기'이다. 이후 '의사요한', 그리고 '구미호뎐'까지 다채로운 역할을 맡으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세 작품 속 황희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바로 구신주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배우 황희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드라마 '구미호뎐' 종영 관련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1.23 kilroy023@newspim.com |
"'아스달 연대기'의 무광과 구신주를 비교하자면, 공통점은 둘 다 맹목적인 캐릭터라는 거예요. 무광은 장동건 선배한테 맹목적인 충성심을, 구신주는 이연의 충신이죠. 저와 비슷한 캐릭터는 구신주 같아요. 구신주는 일단 착하고 섬세해요. 제가 겉으로는 투박해보여도, 착하거든요. 하하. 저랑 다른 부분을 꼽자면, 구신주는 주접이 심하고 말이 많아요. 눈치도 없고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수다스럽진 않아요(웃음)."
2013년 연극으로 처음 연기를 시작해 매체 연기는 2017년 '내일 그대와'로 시작했다. 매체 연기는 3년차인 황희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고 밝혔다.
"더 많이 하길 원하죠. 집에서 내일 찍을 장면에 대해 고민하고, 표현의 방향성을 잡으면서 나를 괴롭히는 시간이 힘들지만 너무 행복해요. 현장에서 카메라 소리를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한 작품이 끝나면 쉴 법도 한데, 무료하더라고요. 계속 캐릭터를 만나서 살을 덧붙이고, 창작하고 싶어요."
황희가 꿈꾸는 것은 바로 '다작 요정'이다.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비추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것이 목표이다.
"잘 될 작품만 차지하고, 유명한 라인업과 제작진과 같이 하려는 마음. 이런 것들을 생각 안하고 연기에만 충실하고 싶어요. 이런 마음은 저만 놓치지 않으면 좋은 배우의 방향으로 갈 것 같아요. 많은 작품 안에서 캐릭터를 남기고, 안 좋은 평보단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나중에 제 이름을 검색했을 때, 필모그래미가 끝없이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