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갑 지부장 "노사 신뢰 회복에 사측 행동 전제돼야"
카허 카젬 사장, "신중한 결정에 감사한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한국지엠(GM) 노사가 진통 끝에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산업은행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잇단 비판에 노조가 한 발 양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지엠 노사는 25일 부평 공장에서 열린 24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동결 조건으로 1인당 일시금·성과금 300만원과 코로나 위기 극복 특별격려금 100만원, 임단협 타결 격려금 50만원 등 조건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조합원 투표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해 50% 이상 찬성표를 얻으면 올해 임단협을 모두 마치게 된다.
사측은 노사간 이견을 보인 임금협상 주기 2년 안건은 철회하고, 내년부터 한국지엠 부평 공장에 21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쉐보레 신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잠정합의 후 김성갑 지부장은 "오늘 나온 이야기가 한국지엠 노사관계의 현실이다. 정상화로 가는 과도기적 시기인 현재, 노사 신뢰를 회복하는 사측의 행동이 전제돼야 한다"며 "미래 전망은 카젬 사장과 공동으로 지속적 노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신중한 결정에 감사한다"며 "앞으로 노사가 해야할 일이 많다. 상호 신뢰 통해 훌륭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왼쪽부터 행사에 참석한 한국지엠 카허 카젬(Kaher Kazem) 사장, 김성갑 한국지엠 노조위원장, 로베르토 렘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사장, 신영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노동조합 지회장. [사진=뉴스핌DB] 2020.11.25 peoplekim@newspim.com |
노조는 지난 7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통해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평균 2000만원) ▲조립라인 TC수당 500%인상 ▲생산장려수당 지급범위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사측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상반기에만 6만대 생산 차질이 빚어진데다, 지난달 말일부터 노조의 부분 파업에 약 2만대 생산 차질이 추가돼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해왔다.
특히 산업은행과 GM 본사가 노조 파업을 지적하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도 노조가 한 발 물러서게 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산은은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했고, GM은 한국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지엠으로서도 노조의 요구사항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코너에 몰리게 됐다.
산은은 "한국지엠 경영 현안과 관련해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한 생산 차질 발생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지엠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물량 확대와 트레일블레이저 생산 및 추가 신차 개발 등 경영 정상화 기반 마련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매년 반복되는 노사갈등과 이로 인한 생산 차질로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도 지난 18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지엠 노조가 생산 물량을 인질로 삼으면서 심각한 재정 타격을 주고 있다"며 "한국지엠으로 각종 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키퍼 부사장은 또 "GM은 중국을 포함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연간 500만대를 생산할 방안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노조의 행동이 한국을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고 있다"며 "수주 안에 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키퍼 부사장이 한국 철수 가능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GM은 한국에서 노조의 파업을 문제 삼아 언제든 철수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며 "노조가 늦게나마 대승적 판단을 위해 잠정합의안에 동의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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