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민걸·이규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형사소송법 제148조 증언거부 사유 해당"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다른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증언 내용이 자신에 대한 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3일 이민걸(59·17기)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58·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속행 공판에서 임 전 차장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9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23 dlsgur9757@newspim.com |
임 전 차장은 당시 '양승태 사법부'에서 벌어진 헌법재판소 상대 위상 강화 대응전략 수립, 법원행정처의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개입 등 공소사실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는 이날 선서 후 증인신문 시작에 앞서 재판부에 증언거부 사유를 밝혔다. 임 전 차장은 "증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이민걸·이규진 피고인과 공범으로 기소됐기 때문에 이들의 공소사실과 일치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사건에서 증인으로 증언하는 경우 검사가 그 증언내용을 증인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할 수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148조의 증언거부권 행사사유에 해당한다고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누구든지 친족 또는 친족 관계에 있었던 자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염려될 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증언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증인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신문이 이뤄지기 전에 이 사건에서 증언하게 된다면 증인의 공소사실에 대한 인식과 생각이 검찰 측에 사전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으로서의 본인 사건 방어권 행사에 부정적 영향과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피고인의 지난 기일 증인 불출석과 증언거부는 헌법상 보호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용인돼야 함은 법률상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일괄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언 거부는 구체적인 질문에 관련돼야 하며 일률적으로 모든 질문을 거부할 수는 없다"며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증언을 거부할 때 거부사유를 소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증인은 대법원 양형실장이었던 이규진 피고인이 법원행정처에서 어떤 경위로 헌법과 헌법재판소 관련 업무를 맡게 됐는지 아는가'라고 물었고, 임 전 차장은 "(저의) 헌재 관련 공소사실과 관련있다고 생각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임 전 차장은 이어 '헌재에 대한 공세적 대응전략' 등 관련 문건을 보고받은 사실이 있냐는 검찰 질문에도 "이 서증은 증인 사건에 유죄의 증거로 제출됐다"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각 신문사항에 대한 임 전 차장의 증언거부권 행사 사유가 정당한지 판단한 뒤 이를 허용하고 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0일 임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예정했으나 임 전 차장은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그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임 전 차장에게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고 임 전 차장은 이에 불복해 재판부에 즉시항고장을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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