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성 있는 백신 확보 위해 신중 검토…개발 동향 면밀히 모니터링
이르면 2월 늦어도 3월까지 단계적 도입 예정...필요물량 추가확보 가능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부터 단계적 도입...국내 백신개발 상황이 협상에 긍정 영향
선급금·면책조항 등 일정부분 위험 감수...가격은 화이자·모더나 높아
[서울=뉴스핌] 정경환 박다영 기자 = 정부가 반년에 걸친 노력 끝에 4400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 좀 더 일찍 확보 소식을 전할 수도 있었지만, 정부로선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백신의 안전성 및 효과를 철저히 살피면서 최대한 신중하게 협상에 임했다는 입장이다.
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코박스 퍼실러티(COVAX Facility, 국제백신공급협의체)를 통해 약 1000만 명분, 글로벌 백신 기업을 통해 약 3400만 명분 등 최대 4400만 명분의 해외 개발 백신을 선구매했다.
회사별로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 회분(1000만 명분)과 화이자 2000만 회분(1000만 명분), 얀센 400만 회분(400만 명분) 그리고 모더나 2000만 회분(1000만 명분)이다. 코박스 퍼실리티 물량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GSK-사노피 등 3개 제약사가 제시됐고, 정부가 이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1분기부터 신속하게 접종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백신 선구매 논의를 해왔다"며 "민간전문가와 함께 기업별 공급조건과 유효성에 대해, 안전성 및 효과성 등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머지 계약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중 이르면 2월, 늦어도 3월까지는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추후 후속 백신 개발 동향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추가 필요한 물량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정부는 그간 신속한 백신 확보를 위해 지난 6월 말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백신 도입 특별전담팀(TF)'을 구성, 7월부터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개발 선두에 있는 글로벌 기업과 백신 선구매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 9월15일에는 국무회의를 통해 1단계로 코박스 퍼실러티 참여 및 개별기업과 협상을 통해 국민의 60%(약 3000만 명)가 접종 가능한 백신을 우선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검토 과정 없이 선구매했다고 하면 7~8월에도 할 수 있었지만 그런 계약이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임상정보를 최대한 확보하려고 했고, 임상정보를 통해서 개별기업과 계약했다"고 계약이 더뎌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상 중 사망사고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 백신을 구매해도 좋은지 내부검토가 필요했다. 기간이 길어진 것은 안전하고 유효성 있는 백신을 최대한 선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이해해 달라"고 했다.
정부는 또한 백신 분야의 전문가 논의 등을 거쳐 개발 백신 실패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인구의 60%가 접종 가능한 물량보다 더 많은 백신을 선구매하는 것으로 방향을 확정하고, 글로벌 기업과 선구매를 위한 계약 체결 절차를 진행했다. '백신 도입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는 또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등 4개사 백신을 모두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60%가 감염학적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부분이라 60%를 확보하도록 했다"며 "추가 1400만 명분은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하게 된 것으로, 선구매를 통해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백신이 완전히 개발됐다고 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임상 3상 진행했지만 이상 반응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충분하지 않다"며 "중간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위험성을 담보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4400만 명까지는 확보하는 쪽으로 전문가들이 결정해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얀센, 모더나가 백신 공급을 확약한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선구매 계약을 이미 체결했고, 그 외 기업도 구속력 있는 구매 약관 등을 체결해 구매 물량 등을 확정했다. 정부는 나머지 계약 절차도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화이자, 얀센과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구매약정서를 작성한 상태로, 이달 계약 체결을 위해 협상 중"이라며 "내년 1분기 아스트라제네카부터 단계적으로 백신을 들여올 예정으로, 화이자와 모더나는 좀 늦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 기업에서 위탁생산한다. 기술력이 있기 때문으로, 위탁생산뿐 아니라 자체 백신도 개발 중이다.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국내 백신 개발사들의 능력이 글로벌 제약사보다 아직 조금 떨어지지만 조만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런 것이 백신 협상 과정에서도 은연 중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표=보건복지부] |
한편, 이번 백신 확보 과정에서 정부는 선급금, 면책조항 등 일정부분 위험을 감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선구매는 실패에 대한 위험을 떠안고 가는 부분이 있다. 원칙적으로 (선급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면서 "다만, 개별 계약에 따라서 돌려 줄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갈 경우 돌려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선구매와 관련해 코박스 퍼실리티에 850억원을 납부했고, 개별 기업과의 협상에선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추후 선급금 지급 통보가 오면 계약 조건에 따라 지급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만일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서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면 구매 안 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선급금은 원칙적으로 반환받을 수 없다. 추가 구매를 원하지 않으면 선급금을 포기하고 구매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했다.
이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선구매하고, 접종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문제가 있을 때 100% 기업이 책임을 지라고 하면 공급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작용 시) 기업 면책 부분으로 협상했다는 정도로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백신 가격은 RNA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의 것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격은 베타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화이자와 모더나 등 RNA 백신은 고가"라며 "가격은 계약 전 미리 말하면 최종 계약서 작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추후 적절한 시기에 말하겠다. 계약절차는 계약서에 대한 내용과 관련해서 질병관리청과 제약사가 내용을 합의하고 사인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RNA, 벡터 백신 2가지를 들여오는데, 합성항원백신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며 "합성항원백신이 개발이 상당히 늦다. 노바백스와 지난번 LOI 체결했고, 추후 개발 동향을 살펴 필요할 경우 추가 구매 여지는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러시아 백신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부분이 없고, 러시아에서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며 "다만 스푸트니크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선구매 4개 기업 외에 추후 개발되는 백신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구매하는 방법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