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제일제당·대한통운 등 주요 계열사, 50대 CEO로 '세대교체'
사업 체질 위한 새 진용 갖췄다...재무구조 개선 가속화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장고 끝에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대거 물갈이 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업계에서 올해 인사는 쇄신보다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인사 폭이 컸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50대 젊은 인재로 전진배치해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대론 안 된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절박함이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그룹] |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상무를 부사장 대우로 승진시키면서 '3세 경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계열사 CEO 대폭 물갈이...50대 젊은 인재로 세대교체
11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대규모 인적 쇄신에 초점을 맞춘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전날 발표했다.
올해 인사 시기는 지난해보다 20일가량 빠르지만 10월말 이뤄졌던 예년보다는 40일가량 늦어진 것이다. 이 회장이 지난달 말 올라온 인사안을 여러 차례 반려하는 등 장고를 거듭하면서 예상보다 인사가 미뤄졌다.
인사 폭은 작년보다 컸다. 지난해에는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네트웍스 등 2개 계열사 대표 교체에 그쳤지만 올해는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총 8개 계열사 대표를 물갈이하는 '충격요법'을 줬다는 평가다. 주목할 점은 젊은 피 수혈이다. CJ제일제당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50대로 세대교체를 이뤘다.
지난해 연말 인사 때 수장을 바꿨던 CJ제일제당은 1년 만에 다시 대표가 교체됐다. 기존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는 CJ대한통운으로 이동했다.
강 대표는 2018년부터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지내며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하고 HMR 등 국내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올해 초 본격화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 3분기까지 역대 최고 실적을 이뤄내며 이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이 회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언택트(untact,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사업 볼륨이 커진 대한통운의 미래를 강 대표에 맡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존 박근희 대한통운 부회장은 택배 노동자 사망 논란이 불거져 일각에서 퇴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자리를 지켰다. 박 부회장과 강 대표는 공동 대표를 맡아 대한통운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됐던 택배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고조된 택배 노조와의 갈등 해결이라는 과제도 안게 됐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최은석 CJ 제일제당 대표이사(사진 왼쪽),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오른쪽). 2020.12.10 nrd8120@newspim.com |
그룹의 모태인 CJ제일제당을 이끌게 된 최은석 신임 대표는 그룹 내 대표적인 50대 CEO다. 1967년생인 최 대표는 1967년생으로 올해 53세다. 전임인 강신호 대표보다 6살 어리다.
최 대표는 그룹을 대표하는 전략·재무통으로 통한다. 이 회장이 최 대표를 핵심 계열사인 제일제당 대표로 기용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조5000억원대 인수·합병(M&A)이었던 슈완스 인수 여파로 지난 3분기 현재 제일제당의 부채비율은 182%에 달한다. 지난해 말보다 15%p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도 작년 말보다 2조2295억원 늘어난 10조1095억원이다.
최 대표는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재도약 발판을 마련할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강호성 CJ ENM 신임 대표는 '프로듀스 101'의 투표 조작사건과 관련한 소송과 기업 이미지 실추를 해결하는 것이 임무다. 검사 출신인 강 대표는 2013년 CJ그룹 법무실장으로 합류한 바 있다.
실적이 부실한 계열사 대표들도 대거 교체됐다. 그간 CJ ENM을 진두지휘했던 허민회 대표는 CJ CGV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CJ CGV는 코로나 여파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CJ ENM 오쇼핑부문을 맡고 있는 허민호 대표와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부사장)는 유임됐다. 구 대표는 오는 2022년 상장을 목표로 올리브영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점을 반영해 유임으로 결정이 났다. 이에 현재 진행 중인 투자자 유치(프리IPO)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업 체질 위한 새 진용 갖췄다...재무구조 개선 가속화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으로 전환한 CJ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새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 체질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을 잇달아 매각해 급한 불은 껐지만 수익성 회복을 위한 내실 다지기가 절실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판단이다. 그동안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으로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가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투썸플레이스 매각에 이어 CJ헬로비전과 CJ헬스케어, 서울 가양동 용지 매각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그룹 총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76.4%에서 올해 3분기 기준 165.8%로 줄었다. 지난 2분기보다도 5.6%p 개선됐다.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과감히 투자를 줄인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영업이익은 지난 3분기 기준 3588억원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올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올 1분기에는 264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00억원가량이 급감했다.
내년에도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사업 구조조정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비주력 계열사나 부진한 사업을 정리해 식품과 유통·미디어 등 3대 주요 사업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진=CJ푸드빌] |
현재 CJ푸드빌은 뚜레쥬르 매각을 진행 중이다. CJ는 칼라일과 매각을 놓고 막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뚜레쥬르는 CJ푸드빌 전체 매출의 약 48%를 차지하는 알짜 계열사다.
실제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CJ푸드빌의 매출 규모는 반 토막 나게 된다. 한식 뷔페 열풍이 가라앉으며 경쟁력이 약화한 계절밥상은 브랜드 자체를 정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이에 일각에서는 CJ푸드빌이 CJ제일제당과 합병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경영 승계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녀인 이경후 CJ ENM 상무가 이번 인사에서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이번 인사명단에서 빠졌다. 경영 복귀가 사실상 좌절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현재 보직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 부장은 지난해 9월 마약 밀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자숙 중이다. 회사 차원에서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만큼 징계 기간은 끝나 절차상으로는 복귀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능력 있는 젊은 인재 중심의 임원 승진도 단행했다. 승진자는 지난해(58명)보다 늘어난 총 78명에 이른다. 신규 임원도 38명으로 작년(19명)보다 두 배 증가했다.
이 중 밀레니얼 세대인 80년대생 5명 등 8명의 여성 임원(21%)이 탄생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CJ관계자는 "올해는 불확실한 대외 경영환경 속에서 혁신성장과 초격차 역량 확보를 통한 질적 성장과 미래 대비에 주력한 한 해였다"며 "내년에도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 시대에 적극 대비해 글로벌 생존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