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4일, 관광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시작했던 여행 장려 캠페인 'Go To(고 투) 트래블'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감염 대책과 경제 재생을 양립할 수 있다는 상징처럼 내세웠던 스가 정권의 대표적 정책이었지만, 여론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든 셈이 됐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4일 임시 국회 종료 후 기자회견에 나섰다. 2020.12.04 gong@newspim.com |
◆ 코로나 확산 지적에도 내년 6월까지 연장 방침
지난 7월 말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정부 예산 약 1조3000억엔(약 14조원)을 들여, 일본 국내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1인당 하루 최대 2만엔까지 비용을 지원해 준다.
그러나 일본에서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고 투 캠페인이 감염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달 말에는 캠페인에서 오사카(大阪)시와 삿포로(札幌)시를 제외했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비 진작 등 경기부양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 캠페인을 당초 예정했던 내년 1월에서 6월까지로 연장할 방침까지 세웠다. 캠페인 연장에 따른 추가 예산은 지난 8일 결정된 3차 추가경정 예산에 포함됐다.
이 캠페인은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 재임 당시 주도했던 정책이다. 지난 여름 2차 유행 때에도 사업을 중단하지 않고 밀어붙였던 바 있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확진자가 급증한 후 처음으로 한 기자회견에서 "국내 여행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고 투 트래블은 영세 숙박 업체들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싸늘한 여론·지지율 하락에 결국 백기
그러나 고 투 캠페인에 대한 싸늘한 여론과 그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을 느낀 스가 총리는 결국 '일시 중단'이라는 백기를 꺼내 들었다.
14일 발표된 NHK의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전월 대비 14%포인트 급락한 42%를 기록했다. 반면, 비지지율은 17%p 상승한 36%를 기록하며 내각 출범 후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정부의 미흡한 코로나19 대응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 투 트래블에 대해서는 '일단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이 79%에 달하며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12%)을 크게 웃돌았다.
마이니치신문의 12일 조사에서도 '트래블을 중단해야 한다'가 67%, '계속해야 한다'가 19%로 큰 격차를 보였다. 내각 지지율도 전회 조사 대비 17%p 하락한 40%로 떨어졌다.
교도통신이 지난 5~6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전월 조사 대비 12.7%포인트 하락한 50.3%를 기록했다. 통신은 "내각 지지율이 10%p 이상 하락한 것은 아베 내각 당시인 2017년 6월 10.5%p(55.4%→44.9%)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5%를 기록하며, '평가한다'는 응답 37.1%를 크게 상회했다. 지난 조사에서는 '평가한다'가 48.9%, '평가하지 않는다'가 42.9%로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역전됐다.
'감염 방지와 경제활동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감염 방지'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요코하마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마스크를 쓰고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2020.12.02 goldendog@newspim.com |
◆ 스가 "스스로 판단해 결정했다"
이번 일시 중단 결정은 스가 총리와 관계 각료들 사이에서 급하게 결정됐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15일 관계자를 인용해 "일시 중단은 전혀 알지 못했다. 톱다운 방식의 정치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스가 총리도 발표 후 기자단에 "조용한 연말연시로 코로나 감염을 막아내기 위한 협력을 구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판단했다"며, 본인이 주도해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 투 트래블이 감염 확산을 촉진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던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냐는 질문에는 "변함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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