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경제단체, 공동 성명서 통해 입법 유보 요구
"文대통령도 사형제 폐지 주장...처벌이 능사 아냐"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정치권이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입법과 관련해 경제계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계는 높은 수위의 처벌을 통해서 산업재해를 해결하려는 입법 만능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며 복합적인 사고책임을 일방적으로 기업인과 경영인에게 귀속시키는 입법 추진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올 초부터 강화된 '산업안전 관련 법률'(산안법) 시행에 따른 영향과 부작용을 검토한 후 중대재해법 검토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 중견기업연합회 등 30대 경제단체 및 업종별 협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과 형법을 중대하게 크게 위배하면서까지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해서 필연적으로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제정에 반대하며, 입법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입법 추진 관련, 30개 경제단체·업종별협회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2.16 alwaysame@newspim.com |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용근 부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우태희 상근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권태신 부회장, 중소기업중앙회 서승원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신승관 전무,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반원익 부회장, 대한건설협회 정병윤 부회장이 참석했다.
경제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모든 사망사고 결과에 대해 인과관계 증명도 없이 필연적으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게 책임과 중벌을 부과하는 법으로서, 이는 관리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것에 책임을 묻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들은 "그 자리와 위치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것이어서 그야말로 운수소관의 운명이 되고 연좌제로 당하는 것과 같다"며 "대기업의 대표와 이사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오너들이 모두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고 하소연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산업재해 유족들을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최대한 압축적으로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7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기존 산안법은 사업장 안전·보건 책임을 책임자나 관리자에게 위임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제정안은 노동자 사망사고를 비롯한 산업재해나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사회적 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 등 강한 징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최대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허가 취소·정지 등의 제재도 가능하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처벌 강도가 높은 산안법을 금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니 그 효과나 부작용을 살피고 (중대재해법 입법을 추진)해야 된다"며 "무소불위 노조에 센 칼 쥐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또 "현재도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2650개로 처벌만능주의로 해결 안 된다"며 "2010년에 우리 형법 고쳐서 강력범죄에 대해 처벌 높였지만 10년 간 강력범죄는 줄지 않고 2만4000건에서 3만6000건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 문재인 대통령이 사형제를 폐지하자고 했듯이 처벌과 사고 방지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입법 추진 관련, 30개 경제단체·업종별협회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0.12.16 alwaysame@newspim.com |
우태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5년 이내 사고 재발시 가중처벌 하는 산안법이 시행된 지 1년도 안 됐다"며 "정치권이 입법 만능주의에 빠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부회장은 "법 외 다른 규범으로 할 수 있는 것 없는지 살펴야 한다"며 "인프라 투자와 의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업들이 공정경제 3과, 탄소중립에 따른 기술투자 등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는 현심을 감안해 입법을 재고해 달라"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만약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제정된다면 산재예방 효과보다는 기업들의 CEO와 원청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 산업안전보건활동을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중형에 처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떨칠 수 없으며, 오히려 과감하고 적극적인 산업안전 투자와 활동을 하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 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기업으로서는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음에도 모든 사고책임을 일방적으로 기업·경영인·원청에게 귀속시키며 과중하게 짓누르는 입법 추진을 중단해 줄 것을 다시 한번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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