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이태빈이 역대급 시청률과 화제 속에 종영한 '펜트하우스' 시즌1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민혁 역을 맡은 그는 충격적인 사건의 중심에 있지는 않지만, 주변의 감정을 전달하며 시청자들과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해냈다.
'펜트하우스' 시즌1의 종영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태빈은 현재 시즌2의 촬영을 진행 중이라면서 드라마의 흥행에 무척이나 뿌듯해 했다. 시즌1에서 중학생 역으로 출발했지만, 시즌2에서는 내적, 외적으로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전망이다.
"처음에 오디션 보고 역할 받았을 때부터 잘 될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기대만큼 성적이 잘 나와서 기분좋죠. 옆에서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이랑 여러 분들이 다같이 노력한 결과같아요. 요즘 많이 어려운 때잖아요. 장소 섭외 때문에 촬영 스케줄이 바뀐 적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사람이 모이다보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분위기는 정말 좋아요. 감독님도 처음보다 훨씬 더 기분좋게, 잘해주시고 애들끼리는 워낙 친해져서 초반부터 분위기가 좋았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SBS '펜트하우스'에 출연한 배우 이태빈 [사진=크레빅엔터테인먼트] 2021.01.08 jyyang@newspim.com |
이태빈은 오디션을 통해 스타작가 김순옥의 '펜트하우스'에 합류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실제 나이보다는 조금 어려보이는 얼굴이 도움이 됐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약간은 밝고 말이 많은 민혁의 성격과는 거리가 있다면서도, "작품 운이 정말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디션 대본은 우리 작품이 아니었어요. 다른 학생 역이 있는 드라마 대본이었죠. 처음부터 민혁이 역은 아니었고, 정해진 다음엔 학원물을 많이 찾아보면서 준비를 했어요. 제가 20대라 중학생이랑은 굉장히 멀리 있는 나이지만요. 좀 어려 보이는 얼굴이라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하하. 오디션장에서는 될 거라 예상 못했어요. 민혁이는 굉장히 밝은 친구지만 다들 자기 얘기를 하는데 받아치기만 하는 역이에요. 저는 말이 없는 편이라 민혁이랑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촬영을 하면서 오히려 밝아진 느낌이 들어요. 좀 나쁘게 보일 수 있지만 솔직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캐릭터라 좀 순수한 면이 있죠. 그런 면을 저한테서도 발견하게 돼요."
사실상 '펜트하우스'의 주요 사건들과 이야기를 끌고가는 건 이지아, 유진, 김소연, 엄기준 등 성인 역의 배우들이다. 게다가 그 자식들인 청아예고 학생들 중에서도 김현수, 김영대 등 주목되는 친구들이 있었다. 말하자면, 민혁의 분량이 많지는 않다. 이태빈은 이 점에 수긍하며 전체 드라마가 흘러가는데 보탬이 되게끔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SBS '펜트하우스'에 출연한 배우 이태빈 [사진=크레빅엔터테인먼트] 2021.01.08 jyyang@newspim.com |
"학생 역들은 모두 부모의 거울이에요. 민혁의 엄마가 갖고 있는 헤라팰리스 내의 인싸력을 제게서 보실 수 있죠. 중심에 있지는 않지만 거기 서고 싶어하고, 듣고 전달하고 그런 친구예요. 아버지한테선 마마보이같거나 조금 지질한 부분도 물려받았죠. 그 덕에 쉽게 공감을 살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해요. 하하. 석경이나 은별이보다는 현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물이라서요. 제가 집중한 건 캐릭터가 너무 많고 작가님이 하실 얘기도 너무 많으니 뭘 보여주기보단 맞춰가야겠단 생각이었어요. 시즌2 때는 약간의 캐릭터 변화를 겪게 될텐데 조금 욕심 내보려고 해요. 아버지와 더 비슷한 느낌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태빈은 특히 청아예고 학생 친구들 사이에서도, 아역배우 출신 진지희의 유제니 역과 주로 호흡했다. 극 초반 제니가 민혁을 짝사랑하는 설정이 있었지만, 휘몰아치는 충격적인 전개 속에 조금은 관계가 흐려졌다. 그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보다, 진지희와 함께 호흡할 수 있어 기쁜 마음을 더 강조했다.
"지희가 현장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장난으로 지희 선배님이라고 부르기도 했죠. 경력이 굉장히 많고 좀 모르는 건 잘 알려주고 진짜 선배님으로 모시고 있어요. 하하. 엄청 귀엽고 착한 친구예요. 배려심도 강하고요. 아이들의 이야기와 관계성이 지금은 많이 줄어든 상태예요. 편집을 하면서 빠진 부분도 있는데 제니가 저를 좋아하는데 제가 틱틱대다 받아주는 그런 관계성이 있었죠. 시즌2에서는 조금 더 부각될 예정이에요. 긍정적인 방향일지 아닐지는 스포일러라서 여기까지만 말씀드릴게요."
앞서 이태빈이 언급한 것처럼, 본인과 너무 다르기에 노력한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작가, 감독도 그의 노력을 알아보고 "민혁이처럼 보인다"고 칭찬해줬다고. 처음으로 지상파 드라마, 유명 작품에 나쁘게 보일 수 있는 역으로 출연하면서 고민도 많았지만, 다행히 시청자들은 그의 고민을 알아봐줬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SBS '펜트하우스'에 출연한 배우 이태빈 [사진=크레빅엔터테인먼트] 2021.01.08 jyyang@newspim.com |
"말하는 목소리 톤이나 속도가 워낙 안맞아서, 톤 자체를 올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가장 충격적인 신은 아무래도 설아와 로나를 괴롭히는 장면이죠. 설아를 괴롭힐 땐 너무 부담이 되고 힘들어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들어갈 정도였어요. 제가 즐거워하고 재밌어해야 시청자들이 분노를 해야 하는 장면이어서요. 인스타그램 DM으로 굉장히 욕이 많이 왔더라고요. 하하. 오히려 그러니까 만족스러웠어요. 저도 제 표정을 보고 '왜 이렇게 즐거워하지? 제 정신인가?' 할 정도였거든요.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연기적으론 사실 욕 먹어서 좋았어요.(웃음)"
'펜트하우스'에 앞서, 이태빈은 2019년 화제의 연극 '어나더 컨트리'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때도 영국 상류층 학생들의 암투를 그렸던 그는 이번에도 중학생부터 고등학생 역까지, 교복 차림으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그는 "학교 생활에 향수가 있어 교복 차림이 좋다"면서도 때때로, 주인공보다 빛나는 악역을 꿈꾸고 있음을 털어놨다.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었어서 한국에서 학교 다닌 기간이 길지 않아요. 학원물은 항상 좋아하죠. 교복 입고 놀이공원 놀러가는 걸 꿈꿨을 정도로요. 하하. 사실 무조건 주인공보다도 반전의 키를 쥔 악역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무조건 선하거나 정의로운 느낌에 갇혀있지 않은, 선하게 생겼는데 악역 눈빛 같은 느낌이 저한테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도움이 될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작품 운은 좋은데 아직까진 정말 딱 맞는 배역은 못만난 것 같거든요. 또 다른 작품에서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배우구나. 잠재력 있는 배우구나' 하고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