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박 발주 지난해 보다 50% 가량 증가
선박 가격 인상은 내년에야 기대..수익성 '빨간불'
조선업계, LNG 추진선 등 고가 선박 수주에 초점
친환경 선박 개발·수주 등 ESG 경영으로 위기 돌파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국내 조선사들이 수익성 개선에 팔을 걷었다. 선박 발주량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상을 벗어나 철저하게 많이 남는 선박 위주의 수주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사들의 수익성 제고 핵심은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건조와 시설투자다.
올해도 선박 가격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LNG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수주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이는 결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흐름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올해 선박 발주량 증가..수익성 개선은 미진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7984만DWT(화물을 실을 수 있는 최대 무게)로 작년보다 48.2%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세와 해상 물동량 증가에 따른 영향이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 실적 대비 30~40% 가량 높여 잡은 상태다.
다만 늘어나는 발주 물량에도 불구하고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은 갈길이 멀다.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신조선가지수는 128포인트로, 지난해 말 대비 1.9포인트 오르는데 그칠 전망이다. 신조선가지수란 세계 신규 건조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신조선가지수가 상승하면 선박가격도 오른다는 의미다.
지난 2018년 130포인트까지 기록했던 신조선가지수는 지난해 125포인트까지 떨어졌고 올해도 예년 수준을 해복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원화 강세와 후반 가격 인상, 저가 수주 경쟁 등이 원인이다.
조선3사가 지난해 코로나19 불황을 뚫고 글로벌 수주 1위를 달성하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따른 이유도 낮은 선박 가격에 수익성에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란슨리서치는 내년에야 신조선가지수가 138포인트로 올라 수익성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만 4,5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제공=한국조선해양] |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조선3사 '초격차' 우위
조선3사는 고부가가치 친환경·스마트 선박을 무기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대표 상품이 LNG 연료 추진 선박이다. 우리 조선사의 LNG 추진선 점유율은 65%로, 글로벌 경쟁사 대비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 조선업계가 지난해 글로벌 수주 1위를 달성한 원동력도 LNG 추진선 발주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50척, 49억 달러의 LNG추진선을 수주하며 친환경 선박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행된 'IMO(국제해사기구) 2020' 등 앞으로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 추진선 발주 비중도 늘어날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를 연료로 하는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 등이다. 지난달 세계 선박 발주 물량 중 LNG 추진선 비중은 17.6%로, 지난해 동기 대비 5.4%포인트 상승했다.
오는 6월 예정인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5차 회의에서 기존선박연비지수(EEXI) 도입이 결정되면 2023년부터 선박 출력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받는다. 여기에 2025년부터 선박제조연비지수(EEDI)가 도입 예정으로, 선박 설계 단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후 선박의 폐기와 함께 대형 친환경 선박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3사는 LNG 뿐만 아니라 수소와 암모니아, 연료전지를 연료로 하는 선박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선박 연료로 암모니아, 수소 등의 사용 비중이 점차 확대돼 2060년에는 신조선의 60% 이상이 사용할 것이며, 특히 암모니아가 이 중 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친환경 '초격차' 선박 개발, ESG 경영으로 발판
친환경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장 재편에 대비해 조선사들도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연내 기업공개(IPO)를 통해 1조원을 조달하고 친환경 및 미래 선박과 자율운항선박 개발, 이중연료추진선 개발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선박 건조와 시설투자로 ESG경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ESG는 올해 주요 기업들의 주요 경영 화두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각국의 투자기관이 재무적인 평가 외 사회적 성과를 달성한 기업에게 투자를 결정하고 있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IPO 등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현대중공업이 친환경 선박 개발에 앞장서 ESG등급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ESG등급은 B+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A등급인 것과 비교하면 조선사들의 ESG 경영이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 회복세에 해상 물동량이 늘어나며 발주 물량은 지난해 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가 회복 지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한 친환경 선박 개발과 시설투자가 ESG 경영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