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가선 중심으로 무가선 고민해야
"가선 설치구간 도시재생과 연계해 주민 반발 해소해야"
[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대전도시철도 2호선의 운영은 구간 분리보다는 순환선이, 급전방식은 배터리와 가선을 혼용하는 방안이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철도기술연구원은 '대전 트램 운영계획 수립 도로영향 분석 용역'을 수행 중이다.
4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대전트램 급전 및 노선운영 방식 용역결과 전문가 토론회'에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민재홍 책임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대전 트램은 순환선으로 배터리와 가선을 혼용한 급전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민 연구원은 현재 개발된 기술로는 무가선·연속순환 운영은 물론 2개 구간으로 분리해도 무간선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위급상황 발생 시 대처 등 안전을 고려하면 차량 배터리 사용량이 40%를 초과하면 안 되는 데 이를 확보한 기술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4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대전트램 급전 및 노선운영 방식 용역결과 전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1.02.04 rai@newspim.com |
민 연구원은 가선 설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순환선 운영과 환승형 순환운영(구간분리)으로 구분하고 순환선 운영의 경우 '슈퍼캡+가선', '배터리+가선', 환승형 순환운영은 '배터리+가선'으로 설정해 분석했다.
슈퍼캡은 차량에 배터리를 부착하고 정거장마다 설치된 설비로 급속 충전하는 방식이다.
경제성 등 정량 분석과 정성(기술) 분석 결과 '순환선, 배터리+가선'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먼저 수요 및 편익 변화 등을 종합해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순환선 배터리+가선이 40년간 2590억원, 슈퍼캡+가선이 2594억원, 구간분리 배터리+가선이 4956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순환선 2개 방식이 구간 분리보다 경제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기술적으로는 순환선 배터리+가선이 '리튬-이온'배터리의 저장 용량이 커 정거장 간격(평균 1km)이 긴 대전트램 노선 여건에 슈퍼캡 보다 적합하다고 봤다.
발제 이후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무가선 중심으로 가선을 고려하는 게 아닌 가선 중심으로 판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화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계획 때 (배터리+가선 등) 이야기가 됐어야 한다. 그때 당시에 무가선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가선을 중심으로 잡고 했으면 어디를 무가선으로 할까 하는 게 당연한 프로세스였다. 가선은 장점이 많기 때문에 토를 다는 사람이 없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친 게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전은 무가선이 돼야 하나. 시장이 공언했기 때문에 하는 것은 합당한 사유가 아니"라며 "비용절감으로 (보면) 가선으로 가야 한다. 미적으로는 차량을 이쁘게 하면 된다. 대중교통 중심으로 한다면 트램으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안정화 연구위원은 대전시의 트램 토론회에 수차례 참석해 기본계획 수립 당시 모든 가능성을 놓고 검토했어야 했는데 시가 이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희선 우송대학교 철도차량시스템학과 교수도 트램 차량의 충분한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가선 설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순환선을) 6바퀴 돌면 충전을 해야 한다. 순환선은 종착역이 없다. 차량을 바꾸기 어렵다. 충전을 위해 승객이 내리고 다시 타야 한다면 상당한 불편을 겪는다"며 "가선 길이도 설계할 때 최소화한다고 했는데 동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노선 중 오르막 10‰인 곳이 29곳에 1.8km가 있다. 35‰은 규칙에서도 제한하는 데 11곳이 존재한다"며 "오르막은 노면이기 때문에 눈, 비가 오거나 미끄러지는 정도가 30% 증가한다. 오르막이 높을수록 올라가기 쉽지 않다"고 가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의 발언과 관련해 민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별도 충전시간 없이 차량 1편성 당 1일 12회 연속 순환운행을 가정했기 때문에 승객이 충전을 위해 환승하는 경우는 없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토론회가 끝나고 트램의 안정성을 위해 가선 구간 확대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광영 대전시의원은 용역결과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무가선 순환선 결정 과정에서 시의 섣부른 판단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오 의원은 "2019년도 예타면제 되면서 허태정 시장이 무가선 트램을 공언했다. 용역을 통해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가 됐는데 말을 바꾸는 상황이 돼 아쉬움이 남는다"며 "가선을 설치했을 경우 주민 수용성 문제가 대두된다. 트램이 우리 집 앞을, 가게를 지나는 것은 좋은데 미관에 저해되는 가선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트램) 노선 [사진=대전시] 2021.02.04 rai@newspim.com |
가선 설치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홀대론'이 나오지 않게 시가 시급하게 대책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 의원은 지난해 대전트램이 무가선+가선 등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해 건설비용과 유지비용을 절약하고 향후 새롭게 개발되는 신기술도 유연하게 도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오 의원의 가선 설치로 인한 미관 훼손 우려에 대해 윤희일 경향신문 부국장은 프랑스의 예를 들며 오히려 가선의 경관개선 장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윤 부국장은 "가선으로 한 프랑스 등은 디자인으로 해 도시의 품격을 높였다. 가선이 있는 것 자체가 경관적인 가치를 준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가선을 한다 해도 경관 훼손되는 게 고가 방식에 비해 낮다. 가선이 시민생활 불편을 주거나 경관 훼손 사례가 적다는 것을 널리 알려서 시민들을 설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윤 부국장은 순환선, 배터리+가선이 가장 적합하다는 용역결과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전트램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순환선이 답이다. 고령화시대에 트램이 도입되는 가운데 잦은 환승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무가선 제시한 상황에서 가선을 했기 때문에 저항이 있을 수 있다"며 "구도심 도시재생과 트램을 연결해야 한다. 가선을 설치하는 노선을 정할 때 도시재생과 연계하면 반발은 적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컨소시엄은 급전 및 노선운영 방식 등을 담은 '트램운영계획 수립 및 도로영향 분석' 용역 최종결과를 오는 4월께 대전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전트램은 본선(서대전~정부청사~서대전), 지선(동부~동부여성가족원) 등 2구간으로 운영된다. 본선 연장은 33.4km 지선은 3.2km이다.
총 36.6㎞ 구간에 정거장 35곳과 차량기지 1곳을 건설한다. 총 사업비는 7491억4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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