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억제위해 억지로 가격 끌어내려
시장심리 가격질서 안정 도모, 은행 대출 축소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점심먹고 나서 뉴스를 보니 내 자산이 200만 위안(약 3억3000만 원)이나 줄어 들었다'. 주식 투자자 얘기가 아니라 중국 아파트 유 주택자 애기다.
중국 선전시는 설 연휴를 앞둔 2월 8일 부동산 투기 억제및 시장 가격질서 안정을 위해 아파트 표준가 고시제도인 '부동산 거래 참고가격' 제를 전격 발표했다. 3595개 아파트 주택 단지에 대해 적용되는 이 '참고가격' 제도는 부동산 시장의 거래와 은행 주택 담보 대출 업무 등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선전시 당국이 발표한 이 참고가격은 부동산 시장의 실 거래 가격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거래와 대출 등에 기준이 되는 아파트 가격을 당국이 직접 나서서 대폭 끌어내린 것이다. 이로인해 여러 단지 아파트 가격이 졸지에 수억원(한화) 씩 떨어졌다. 공시지가를 올려 세금으로 아파트 투기를 잡으려는 우리의 방식과는 정반대의 정책으로, 자산가치를 떨어뜨려 거래와 가격을 조절하겠다는 복안이다.
아파트 참고가격 제도 도입으로 유주택 주민들로서는 설 쇠러가기 전에 졸지에 수억원(한화)의 재산(자산)을 날려버린 셈이 됐다. 특히 선전시 고급 아파트와 천정부지로 치솟던 유명 학군지역 아파트의 경우 기존 실거래가와 이번 시 당국의 참고 가격 사이에 큰 괴리가 발생했다.
선전시의 한 호화 아파트는 그동안 평당 호가가 19만 위안이었지만 이번 당국이 내놓은 참고가격은 13만 2000위안 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중개 사무소 앞에 나붙어 있던 가격에 비해 무려 27%나 집값이 떨어진 것이다.
80 평망미터 정도의 아파트를 당국이 내놓은 참고가격으로 처분한다고 가정할 때 집 주인은 현재 시장가격에 비해 384만 위안(6억 여원)의 재산을 순식간에 날려버릴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중국 선전시가 아파트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공시지가와 정반대로 표준가격을 낮추는 참고가격 제도 시행에 나섰다. 선전시 시내 빌딩 숲과 고층 아파트. 뉴스핌 통신사 2016년 12월 촬영. 2021.02.09 chk@newspim.com |
당국은 기존 아파트 시장의 거래 정보가 불투명해 투기가 촉발된 측면이 크다고 보고 가격 등 정보 공개를 명확히 해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선전시의 아파트 참고가격 제도가 전국 도시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선전시 당국은 아파트 참고가격 제도가 투기수요가 아닌 시장의 이성적인 거래, 부동산 중개소의 합리적인 호가, 상업 은행들의 바람적인 주택 대출 등의 방면에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인의 주택 대출에 따른 신용 리스크도 방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남방도시 선전은 각지에서 몰려오는 주택 수요자들로 집값 상승이 전국에서 가장 가파른 지역이다. 기존 주택 평균 거래가가 평방미터당 6만 6000위안으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1선 도시 가운데 최고에 달한다. 이는 같은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 기존 주택 평균 거래가의 두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12월 선전시 기존 아파트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4.1% 상승했다. 하지만 난산(南山)구, 푸텐(福田)구 등 일부 지역 기존 고급 아파트 가격은 같은기간 60%의 폭등세를 나타냈다.
선전시 아파트 가격 폭등은 대체로 기존 주택에 의한 것이라는게 중국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규 분양의 경우 토지가격 제한, 청약 정가및 가격 통제, 개발상(건설 시행업체) 창구 지도 방식 등으로 가격을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