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일시적, 지속 확대 가능성 크지 않아"
"경제성장률은 당초 3% 전망에서 올릴 수 있어"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확대와 조기 금리인상에 대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24일 주요 현안에 대한 출입기자단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앞으로 코로나 감염상황이 빠르게 진정돼 그간 억눌렸던 수요가 분출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겠으나,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물가 전망에 기초해 보면 지금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를 우려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향후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향후 물가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3% 전망보다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국의 확장적 거시정책 ▲백신 보급 확대 ▲국내 수출·설비투자 증가세 ▲추가경정예산 집행 가능성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 총재는 "국내외 여건변화를 종합해 보면 향후 성장경로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올해 국내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전개양상과 백신보급 상황, 글로벌 반도체 경기, 미·중 무역갈등 등은 경기흐름에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 시기가 앞당겨 질수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 그는 "아직은 실물경제 활동이 잠재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현재로서는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2020.11.26 lovus23@newspim.com |
국고채 매입에 대해서도 입장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당행이 실시하는 시장안정화 차원의 국고채 단순매입은 그 규모를 사전에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금리 상승의 요인, 속도와 폭 등을 봐가며 결정하게 된다"며 "이와 같은 목적의 국고채 단순매입은 유동성 흡수 측면에서는 당분간 별다른 애로 없이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을 계속 늘린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히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으로 취약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일시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당분간 지원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는 올해 하반기 가상환경에서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해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내년 이후에도 올해 테스트 결과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후속 기술 개발 및 테스트를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암호화폐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서 기능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CBDC가 도입되면 특히 지급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빚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 그는 "전자지급거래 청산업 등과 관련된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협의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과 역할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은 경제전망이 큰 폭 상향됐지만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고용과 물가가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정책금리를 동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또 고용과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 자산매입도 현재의 속도로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성장과 물가의 상방리스크 확대를 이유로 자산매입 축소나 금리 인상 시기가 연준이 시사하는 것보다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상존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는 앞으로 발표되는 여러 경제지표의 향방에 따라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수시로 조정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통화당국으로서는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