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배우 정선아가 MBC 음악 예능 '복면가왕'에서 3연승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무대의 디바지만, 그를 잘 몰랐던 이들에게도 새로운 매력을 어필하는 기회가 됐다.
정선아는 12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복면가왕'의 아기염소로 활약한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19로 화면 상으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시대가 참 많이 변한 것 같다"면서도 "이렇게라도 뵐 수 있어서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웃었다.
"뮤지컬만 하던 사람이라 방송 무대에 서는 게 참 떨렸어요. 가왕으로 1승도 정말 힘든 순간이라 생각했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꿈만 같았죠. 처음으로 방송에서 가요를 불렀는데도 많은 분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셔서 큰 사랑을 받았고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염소 가면을 쓰고 정선아가 아닌 모습으로도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그동안 내가 왜 방송을 안했나, 복면가왕 왜 이제야 나왔을까 생각도 했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복면가왕'에 출연한 뮤지컬배우 정선아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1.05.12 jyyang@newspim.com |
정선아는 '복면가왕'에서 여러 차례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면서 이번에 코로나19로 무대를 찾지 못하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전엔 '안하던 장르에 도전하는 게 맞나?' 싶고, '지금은 못할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얘기해달라'고 부탁드렸었어요. 이번에 '위키드' 무대에 오르면서 다시 제안을 주셔서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으면서 저도 다양한 음악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위로를 받고 힐링되는 경험을 했거든요. 동료들이 TV에 나온 걸 보면서도 그랬고요. 공연장에 많이 찾아오실 수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나마 많은 분들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에 힘을 얻었어요."
정선아는 방송 무대는 익숙지 않아 걱정도 많았음을 고백했다. 게다가 뮤지컬 '위키드' 서울 공연과 '복면가왕' 무대 준비를 병행해야 했다. 그럼에도 얻은 점도 분명히 있었다.
"'위키드' 글린다 역은 성악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발성을 내야 하는 역이라 가요랑은 대조되는 면도 있었어요. 양쪽으로 두 배의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레슨도 받고 새로운 색을 찾으려 노력해야 했죠. 가요 보컬 선생님과 연습도 하고요. 지나고 나니까 뮤지컬 배우로 제 기량이 많이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아요. 배우는 어떤 역이든 다 소화해야 하는 자리잖아요. 힘들었지만 체력도 길러졌고 음악적으로도 여러 가지 노래를 하다보니 자신감이 늘어났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복면가왕'에 출연한 뮤지컬배우 정선아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1.05.12 jyyang@newspim.com |
'복면가왕'에서는 실력과 더불어 선곡, 대진운도 꽤 중요한 요소다. 무려 3연승에 성공한 '아기염소' 정선아 역시 이를 간과할 수는 없었다고. 그는 "제작진 분들이 좋은 곡을 많이 추천해주셨다"면서 감사함을 표했다.
"어릴 때부터 팝송과 뮤지컬 곡을 많이 들어서 가요 곡을 많이 알지 못했어요. 특히 요즘 노래 '롤린' 같은 곡은 어떻게 불러야하나 고민도 많았죠.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신효범 선배의 '세상은'이에요. 그분 노래를 들으면 희망적이고 치유받는 느낌이죠. 이 힘들고 어려운 때에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가사의 곡들을 불러드리고 싶었어요. 가사 하나 하나에 마음을 담고 진짜 감정을 실어서 불렀고요. 패널 한 분이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깨줬다'고 평해주셔서 참 감사했죠. 제가 하고 싶었던 곡 중에는 '아침 이슬'도 있었는데, 그건 제작진이 '다음에'라면서 만류하셨어요.(웃음)"
특히 '복면가왕'이 전세대에게 사랑받는 인기 프로그램인 덕분에 가족들의 반응도 대단했다고. 정선아는 어머니와 남편을 언급하며 뿌듯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게다가 그의 오랜 팬들 중에는 그의 첫 출연 당시부터 정체를 알아본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정말 재밌었어요. 뮤지컬만 했을 땐 모르는, 또 다른 느낌의 즐거움이 있었죠. 좀 깜짝 놀라기도 했고요. 팬들이 알아보고 계속 SNS로 연락이 오는데 답장도 못하고 넘겼어요.(웃음) 동료들도 눈치를 채고 '공연하면서 힘들겠네' 그래요. 남편한테는 사실 함구할 수가 없었어요. 가족인지라. 사실 해외에 있는데 격리를 하면서도 방송 봐주고 신기해하면서 응원해줬죠. 엄마도 딸이 TV에 나와서 연락 많이 받으셨대요. 은근히 다른 프로그램도 재밌는 거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복면가왕'에 출연한 뮤지컬배우 정선아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1.05.12 jyyang@newspim.com |
정선아의 가면 속에서도 떨렸던 마음을 달래준 건 든든한 동료들이었다. 특별히 첫 출연 때 패널석에 있던 카이의 한 마디가 그에게 크게 의지가 됐음을 털어놨다. 동시에 그는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뮤지컬 무대에 끝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카이 오빠가 패널 중에 있어서 좀 안도했고 반가웠죠. '저 분은 제 동료가 아니라 제 스타입니다'라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의지가 돼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어요. 신봉선 언니도 너무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셔서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고요. 뮤지컬은 평생 사랑할 것 같아요. '지킬앤하이드'의 'A New Life'라는 곡을 좋아하는데 그 노래가 제 삶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삶이 어떠했든 새로운 인생이 나에게 올 거야 하는, 희망이 보이지 않을지언정 음악으로 희망을 주는 작품과 노래들을 좋아해요. 루시 역으로 노래를 부르면서도 또 관객으로 들으면서도 새 희망을 얻었죠."
지난해 코로나19로 공연계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때를 보냈지만 어느덧 올해로 20년차를 맞은 베테랑 배우이자 뮤지컬계의 디바로서 정선아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졌다. 그는 "어릴 땐 철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책임감있게 무대를 이끌고 싶다"고 바랐다.
"단지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데뷔를 신시컴퍼니에서 18살 때 했는데 그때 있던 언니들이 아직도 계세요. 짧고 굵게 가자는 주의였는데 요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공연하면 참 좋겠다 싶어요. 어릴 땐 자만도 했었죠. 돌아보니 여기까지 잘 성장한 건 수많은 스탭들과 수많은 배우들이 양옆과 앞뒤에서 끌어주고 올려주고 했기 때문이에요. 다른 것보다 무대에서 책임감 있게 뮤지컬을 끌고 갈 수 있는, 주축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모두가 협동해서 작품을 만드니까요. 그 안에서 감사하게 이 시기를 잘 이겨나가고 책임감 있게 후배들을 이끌고 선배들을 잘 공경하는 좋은 자세로 나아갔으면 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