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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화상병에 속 타는 농심..."나무와 함께 내 꿈도 사라졌어"

기사입력 : 2021년06월16일 16:29

최종수정 : 2021년06월16일 16:45

충주 133개 농가 쑥대밭...수확 앞두고 날벼락
충북 205곳 농가 76.2㏊ 피해...방역당국 확산 방지 안간힘

[충주=뉴스핌] 백운학 기자 = 16일 오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 한 사과 농장에는 굴삭기 2대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시각 60대의 한 농민이 철책 사이로 작업현장을 지켜보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충주=뉴스핌] 백운학 기자 =정태갑씨가 16일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 자신의 과수농장에서 사과나무가 땅속을로 묻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1.06.16 baek3413@newspim.com

하지만 중장비는 무심하게 모든 나무를 뽑아내 농장 구석 깊이 묻었다.

그 위로 다시 흙이 덮이고 석회가 뿌려졌다.

굴착기 굉음속에 사과와 복숭아 나무가 땅속으로 묻히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듯 그는 고개를 숙였다.

이때 굴착기 기사들은 점심을 먹으러 간다며 공사를 멈추고 자리를 비웠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 홀로 남은 농장주 정태갑(67) 씨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바로 아랫마을에 화상병이 번져 이 일대가 쑥대밭이 되더니 우리 농장도 몹쓸병을 피하지 못하는 구먼..."

이 농장은 지난달 화상병 판정을 받고 이날 사과 나무 70그루와 복숭아 나무 80그루를 이날 매몰 처리했다.

과수화상병은 세균병의 일종이다.

사과나무나 배나무가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 검게 그을린 증상을 보이다가 나무 전체가 말라 죽는 병이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발생 농장 주변 100m 안에 있는 과수는 뿌리째 캐내 땅에 묻은 뒤 생석회 등으로 덮어 살균해야 한다.

[충주=뉴스핌] 백운학 기자 = 정씨의 농장에서 굴착기가 나무를 땅에 묻고 있다.2021.06.16 baek3413@newspim.com

수확을 기대하던 정씨의 과수원은 파헤쳐져 나무가 매몰되면서 빈땅이 됐다.

"내가 농사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를 막 졸업하던해야. 그땐 참 살기 힘들었지. 부모님 따라 논·밭일 가리지 않고 닥치는데로 일만하고 살았어. 산비탈을 일구며 틈틈이 사과나무와 복숭아 나무를 심어 오늘에 이르렀어. 많은 면적은 아니지만 이 곳에서 수확한 과일을 팔아 4남매를 키웠어. 올해도 수확의 부푼꿈을 키웠는데"

정 씨는 이곳에서 5000㎡ 규모로 사과와 복숭아 농사를 하고 있다.

소농이지만 지난해에는 부사 등 20㎏들이 300여상자와 복숭아 300여상자를 출하했다.

올해도 가지치기, 솎아내기 등 품이 많이 드는 작업들을 다 마치고 수확만 기다리던 터였다.

그는 지난 5월 초 가지치기를 하던 중 나뭇잎들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새로 나는 잎이 끝에서부터 마르는 현상이었다.

증상이 다른 나무로 번지자 그는 농업기술센터로 신고했고 지난달 말 화상병 통보를 받았다.

"당장에 뭘 해야 할지 막막해. 나무를 심지도 못하잖아. 3년 뒤부터 할 수 있다는데 이 나이 먹고 다시 과수농사를 못할 것 같아"

농장에 나무를 심고 과일을 키우려면 지금부터 몇년의 세월이 필요한데 다시 시작할 자신이 없단다.

"70을 앞둔 지금 무엇을 하겠어. 그냥 되는데로 살다가 가는거지. 하지만 수확을 앞두고 이런일을 당해 너무 가슴이 아퍼"

정 씨는 젊음을 바친 과수농장의 나무가 통째로 매몰되면서 자신의 꿈도 사라졌다며 아픈 마음을 삼켰다.

[충주=뉴스핌] 백운학 기자 = 매몰작업이 끝난 정씨의 과수농장이 평지로 변했다.2021.06.16 baek3413@newspim.com

충북에서는 4월 충주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이 발병한 이후 이날까지 205곳 농가 76.2㏊에서 확진이 이어졌다.

충주 133곳, 제천 33곳, 음성 32곳,괴산 4곳, 단양 2곳, 진천 1곳 이다.

방역당국은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이들 지역 과수원 69.5㏊(193곳)를 매몰했다.

과수원 8.8㏊(12곳)는 현재 매몰작업이 진행중이다.

과수화상병 발생 농가가 늘면서 방역당국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방역당국은 과수화상병 잠복균을 찾아내기 위한 선제적 집중 예찰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충북에서는 충주 348곳, 제천 139곳, 음성 16곳, 진천 3곳 등 506곳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매몰처리 면적은 331㏊에 달했다. 

baek341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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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단축 개헌..."동의 안해" 55.5%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언급한 '복귀 후 임기단축 개헌 추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과반을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7일 공개됐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자동 응답시스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에서 임기단축 개헌 추진 언급'에 55.5%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동의한다'는 34.0%, '잘모름'은 10.4%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연령별로 70대 이상,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모든 분류에서 50%를 넘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67.6%로 비율이 가장 높았고, 50대(62.2%), 30대(57.2%), 60대(53.4%), 만18세~29세(50.9%) 순이었다. 유일하게 70대 이상은 '동의한다'가 44.3%로 '동의하지 않는다' 38.6%를 앞섰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전북 64.5%, 대전·충청·세종 60.8%, 경기·인천 58.4%, 대구·경북 56.9%, 강원·제주 54.2, 서울 53.0%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부산·울산·경남만 '동의한다'는 대답이 43.4%로 '동의하지 않는다' 42.2%보다 우세했다. 지지정당별로는 역시나 정치 성향에 따라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87.5%가 '동의하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64.3%가 '동의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는 71.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가 41.5%, '동의한다'는 38.7%로 나타났다. 진보당 지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56.5%, '동의한다' 43.5%였다. '지지정당없음'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64.9%, '동의한다' 23.7%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복귀하지 못하고 탄핵이 될 거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집권 기간이 2년이나 남아 있는데 개헌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 신뢰가 낮다고 보는 거"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전화 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6.2%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ight@newspim.com 2025-0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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