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국정원서 불법 정치활동 관여 등 혐의
"댓글공작 사건 이후 8년 넘게 수사·재판…잔인하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직권을 남용해 불법 정치활동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4번째 재판을 받게 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저를 음해해 괴물로 만들었다"며 8년 넘게 수사와 재판을 받아온 것에 반발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 심담 이승련 부장판사)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과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1차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 2019.04.11 pangbin@newspim.com |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 수사는 2017년 5월 정부가 바뀐 다음 진행됐고 총 9번에 걸쳐 기소가 됐다"며 "2018년 4월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으로 징역 4년형을 확정받고 올해 형기가 만료됐는데 이 사건은 댓글공작 사건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확정된 판결과 함께 재판을 받을 수 있었다"며 "상당 부분은 가벌성 평가가 이미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구체적으로 "국정원장 업무는 대부분 대외활동에 치중됐고 개별적 보고서를 일일이 보고받지도 않았다"며 "특정인물 사찰에 대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고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발언기회를 얻은 원 전 원장은 먼저 "제가 국정원장으로 있으면서 이런 일이 발생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는 국정원이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왔는데 제가 그걸 직원들에게 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저를 음해해 괴물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도 수십번 했고, 재판도 백몇십번 받았다"며 "일반적인 죄를 지은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원 전 원장은 "잔인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제가 나쁜 짓을 하거나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피해주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닌데 저를 너무 나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검찰에도 불만이 많다"고 재판부에 토로했다.
앞서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직 당시 사이버외곽팀을 활용한 온라인 심리전과 우파단체를 동원한 오프라인 심리전 등 민간인 댓글부대를 동원해 불법 정치활동에 관여하고 이 과정에 국정원 예산을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당시 야권 정치인들을 제압할 방안을 마련하고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를 통한 정치편향적 안보교육을 실시하는 등 정치 공작을 벌인 혐의도 있다.
원 전 원장은 1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 항소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박 전 시장에 대한 미행·감시, 야권 출신 지방자치단체장 및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직권남용 등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다시 심리하라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원 전 원장의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정원법 위반죄와 관련해 "피고인이 각 지시를 통해 이를 이행한 국정원 실무 담당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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