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상고심 선고…"'직권남용 무죄' 판단한 원심 잘못"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불법 정치활동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일 오전 10시10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하급심에 돌려보냈다.
특히 대법은 원세훈 등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 국정원 직원들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각 국정원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 판단한 원심 판결에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 잘못이 있다는 검사 측 상고를 받아들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2019.04.11 pangbin@newspim.com |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국정원법 위반 혐의 공소사실 가운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미행·감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미행·감시 △배우 문성근 사찰 △야권 출신 지방자치단체장 관련 직권남용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직권남용 △승려 명진에 대한 사찰·비방 관련 직권남용 등에 대해서는 다시 파기환송심에서 유죄 취지로 심리가 이뤄지게 됐다. 면소 판결났던 명진스님에 대한 불법 사찰도 마찬가지다.
대법은 이들 공소사실에 대해 "이 사건 각 지시는 형식적·외형적으로 그 행위자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갖췄고 이들 지시를 이행한 국정원 직원들은 직권남용 상대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원세훈 등이 각 지시를 통해 이를 이행한 국정원 실무 담당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이같이 판단했다.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돼 이들 공소사실 공범으로 적시된 당시 국정원 간부에 대한 무죄 판단 역시 다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대법 판단이다.
다만 원 전 원장에 대한 나머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국고등손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원 전 원장은 앞서 항소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 받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른바 '사이버외곽팀'을 활용한 온라인 심리전과 우파단체를 동원한 오프라인 심리전 등 민간인 댓글부대를 동원한 불법 정치 활동에 관여하고 이 과정에 국정원 예산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당시 야권 정치인들을 제압할 방안을 마련하고 선거 관련 여론조사에 예산을 유용하고,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라는 단체를 설립해 정치편향적 안보교육을 실시하는 등 정치 공작을 한 혐의도 있다.
원 전 원장은 고 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의 비위 풍문 확인 작업, 어용 노총 설립을 통한 노동계 분열 공작 등에 국정원 특활비를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이던 연예계 인사들의 명단을 만들어 MBC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방송 장악을 시도한 혐의도 있다.
이밖에도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예산으로 호화 사저를 마련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 펀드 명목으로 자금을 송금해 30억원 상당의 국고를 손실한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전달해 뇌물공여 혐의 등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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