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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시시콜콜] 영국 정부 관광사이트의 '일본해' 삭제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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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일본, 가깝고도 먼 애증의 역사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영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별 여행안내 사이트(www.gov.uk)의 한국 지도에서 'Sea of japan'(일본해) 단독 표기가 삭제됐다. 또한 세계 여행 사이트(worldtravels.com)는 일본해를 내리고 동해(East Sea)로 표기했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달 12일 영국에서 열린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우리나라가 초청된 이후 벌어진 일들이어서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2021.07.13 sollane@newspim.com [사진=월드트래블스 사이트]

영국 정부의 국가별 여행안내 사이트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가 삭제된 것은 영국 정부의 자발적인 행동은 아니고,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VANK)의 계속된 노력 덕택이기는 하다. 반크는 지난해 3월 이 사이트의 한국과 북한 지도에서 '일본해'가 단독으로 표기되고, 독도가 누락된 것을 발견하고 영국 정부와 주한 영국대사관에 시정 서한과 함께 동해 표기의 정당성 자료와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소개하는 자료, 독도가 표기된 한국 지도 등을 전달했다.

그러자 영국 정부는 1년 4개월여 만에 일본해 표기를 삭제했다. 현재 이 사이트의 한국과 북한 지도에는 바다 이름이 없는 상태다. 반크는 삭제된 일본해 자리에 '동해'를 표기해 달라고 다시 영국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 사이트에 아직 동해 표기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일본해 표기가 삭제됐다는 사실만 해도 일본 정부와 일본인은 이를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일 듯하다. 지난 G7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이 받은 비상한 대접에 견주어졌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푸대접(?)의 악몽이 다시 재현된 것이다.

당시 G7 정상회의의 첫 번째 확대회의 세션에서 영국 보리스 존슨 수상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자신의 오른쪽 자리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을 왼쪽에 앉혔다. 국제회의에서 주최국 오른쪽 자리에는 항용 최우선 VIP가 앉는다는 점에서, 이날의 풍경은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리기에 충분했다. 다음날 콘월의 카비스베이를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에서도 문대통령은 맨 앞 줄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존슨 영국 총리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자리는 연이틀 구석이었다.

세계수로기구(IHO)는 표준지도인 '해양의 명칭 및 경계'를 작성하고 국제수로 이용에 관한 표준규칙 등을 관장하는 기구다. IHO는 한일간 동해와 일본해 표기의 대립을 중재하면서 세계 각국이 바다 이름을 표기할 때 기준으로 삼는 표준 해도집에 동해나 일본해와 같은 명칭 대신 번호로 표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2020년 11월 총회에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일제강점기 동해가 국제표준에 '일본해'로 오르면서 이어진 명칭 논란이 일단락된 상태다. 아울러 일본이 주장해왔던 일본해가 표준이라는 주장도 그 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기존 해도지침 '해양의 명칭 및 경계(S-23)'는 일제 강점기이던 1928년 발간한 초판부터 현행 3판에 이르기까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왔고, 이는 일본 측이 동해를 일본해로 주장한 근거가 됐다.

IHO가 새롭게 제작할 S-130은 모든 해역에 지명 표기 없이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하는 디지털 방식의 신 해도지침이다. 이 방침에는 일본 측도 찬성했다. IHO가 이런 새 방침을 정한 것도 사실 일본에는 큰 충격이었다. 결과적으로 1997년부터 '동해' 병기를 주장해온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그동안 꾸준히 일본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지난 2011년만해도 영국 정부는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서를 IHO 실무자 회의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10년만에 이런 영국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

사실 영국은 대한민국보다 일본과 훨씬 가까운 나라다. 지난 역사가 그랬다.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조슈 번(지금의 야마구치 현)과 사쓰마 번(지금의 가고시마 현)의 핵심 인물들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비롯해 모두 영국 유학파다. 이들 유학파가 메이지유신의 성공 이후 정권의 실세를 담당했음은 물론이다.

당시에는 해외로 나가는 밀항이 사형에 처해지는 중대범죄였는데, 나가사키의 영국 무기판매상인 토마스 글로버(Thomas Glover)가 이들을 모두 홍콩으로 실어날라, 홍콩에서 영국으로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들이 영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한 세력도 글로버의 배후인 자딘 매터슨(Jardine Matheson)이다. 자딘 매터슨은 영국이 청나라와 아편전쟁을 발발하도록 막후 조종한 바로 그 회사다.

이렇게 영국은 1868년 메이지유신의 성공에 막대한 공헌을 했다.영국이 아니었으면 메이지유신은 실패한 쿠데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시스템은 상당 부분 영국식으로 개조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좌측통행이고, 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의 귀족제도, 내각 발족식이나 정식회의 때 입는 영국식 프록코트(frock coat)다. 영국이 식민지 인도에서 들여온 카레도 일본의 국민음식이 되었다. 이처럼 일본에는 영국풍을 모방한 풍물이 많다. '영국뽕'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대화의 출발점인 메이지유신의 성공 자체가 영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이지 정부는 이런 영국을 바로 배신한다. 1871년 폐번치현(廃藩置県)으로 중앙집권국가 수립에 성공한 유신정권은 그 직후인 11월 대대적인 사절단을 미국과 유럽에 파견했다. 우대신 이와쿠라 토모미(岩倉具視)를 전권대사로 하고 참의(參議) 기도 다카요시(木戶孝允)와 대장경(大藏卿) 오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 공부대보(工部大輔) 이토 히로부미 등을 전권부사로 하는 정부 주요직만 총 48명으로 당시 정부 관료의 절반에 달하는 인원이었다. 수행단까지 합치면 100여 명의 대규모 사절단이었다. 이들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구미 국가와 조약 개정의 예비교섭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서양 선진문명을 현지에서 시찰하고 새로운 일본 건설에 참고하는 것이었다.

대대적인 순방 이후 메이지 정권의 목표가 정해졌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형태의 영·미·프랑스가 아닌, 황제의 권한이 강대하고, 문무 관료가 지배하는 독일(프러시아)과 러시아 체제가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일본과 직접 이해 대립이 없고 공업화도 진전돼 있으며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를 지닌 독일이 일본의 모범이 되었다. 일본의 독일 따라하기는 이 때 결정된 것이다.

그러자 일본을 인도처럼 지배하려했던 영국의 계획에도 커다란 차질이 생겼다. 영국은 자기 나라는 표준궤로 바꾸면서 뜯어낸 협궤열차를 일본에 팔아먹는 등 이익실현을 막 도모하려 했는데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일본 지방에는 아직도 영국식 협궤열차가 운행중이다.

신정부의 실력자들은 모두 젊었다. 모두 30-40대였고, 이토 히로부미는 겨우 30세였다. 혈기왕성한 그들에게 프러시아의 활발한 대외 팽창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후 일본은 독일을 따라서 군비확장을 통한 외국 침략의 길로 본격 나서게 된다.

이들 메이지 핵심세력은 1차 세계대전에서도 영국을 이용했다. 일본은 영국 요청으로 1914년 8월 23일 선전포고를 하면서 전쟁에 개입했다. 영국은 아시아에서 독일 무장 상선을 수색하는 것에 한정해서 일본의 참전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영국의 제한적 참전요구를 뛰어넘어 전면 참전을 선언했다. 그러자 영국이 참전 의뢰를 취소했는데, 일본은 이를 무시했다. '동양에 대한 일본의 권리 확립', 즉 식민침탈에 너무나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상원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마친 후 상원 도서관을 방문,안헬 곤잘레스 도서관장으로부터 상원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국전도'에 대한 설명듣고 있다.[사진=청와대] 2021.06.16 photo@newspim.com

IHO가 동해와 같은 명칭 대신 번호로 표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도, 갈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이트의 표기를 두고 한일간 국지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국지전에서 승패를 가름하는 것은 결국 국가 경쟁력, 국력이다. 

G7 정상회의 직후 문대통령이 스페인을 국빈방문했을 때 스페인 정부가 독도와 대마도가 조선 영토로 표기된 고지도(조선왕국전도)를 공개해서 보여준 것은 바로 이같은 국제질서 냉엄한 현실의 적나라한 예다. 

sollan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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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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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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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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