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여름휴가 내도 갈 곳 마땅치 않아
8월 첫주 제주도 관광객 18%↓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 여름휴가를 아직 안 간 직장인 최모(39) 씨는 오는 12일과 13일에 단 이틀만 여름휴가를 낼 계획이다. 최씨는 광복절 대체공휴일까지 더해 5일 동안 집에서 그냥 쉴 생각이다. 직장에서 받은 여름휴가비 30만원으로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그동안 미뤘던 미국 드라마를 정주행 할 요량이다.
최씨는 "거리두기 4단계를 또 연장해 마땅히 여행 갈 곳도 없다"며 "연차를 아꼈다가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지면 그때 휴가를 길게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재연장 결정이 나자 아직 여름휴가를 가지 않은 직장인들은 '집에서 짧게' 쉰다는 분위기이다. 길게 여름휴가를 내도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분위기라서 마땅히 여행 갈 곳이 없어서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08.03 yooksa@newspim.com |
직장인 김모(37)씨는 강릉에 예약한 호텔을 취소했다. 지난해 6월 결혼한 김씨는 올해 처음으로 처가 식구와 여름휴가를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리두기 강화 분위기라서 이를 포기했다.
김씨는 "거리두기가 다시 2주 연장이라 오히려 맥이 빠진다"며 "어쩔 수 없지만 추석 때까지 이 상태로 버텨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교사인 이모(42) 씨도 이번 달 말 가족과 제주도로 여름휴가 가려고 했으나 계획을 접었다. 제주도 주요 관광지에 가지 않고 경치 좋은 호텔에 눌러앉는 호캉스를 생각했으나 예약을 취소했다. 가족 안전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휴가철 끝나고 돌아온 사람들이 검사를 받는 다음 주쯤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휴가철 여파가 어떨지 모르는 상태고 잘못하면 2000명 넘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씨는 "아쉽지만 제주도 대신 근처 캠핑장에서 아이들과 놀기로 했다"고 했다.
실제로 해외여행 길이 막히자 대체 국내여행지로 주목받은 제주도에서는 관광객 입도가 지난해보다 줄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제주도에 들어온 관광객은 올해 8월 첫째 주 일 평균 약 3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5000명) 18% 감소했다.
제주도특별자치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작년 8월과 비교하면 올해는 관광객이 줄었다"며 "광복절 휴가도 있어서 앞으로 추이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오는 22일까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 클럽 등 유흥시설 전체 운영 중단, 카페 및 식당을 오후 10시 이후 영업 제한 등이 유지된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704명으로 3일 연속 1700명대가 이어진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