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G, 순복음교회 부지 3030억 매입…엠디엠·신영도 건물 매입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용역 9월 완료…시행사들 '기다림의 미학'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부동산 시행사들이 서울 여의도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오래된 여의도 빌딩이나 나대지를 매입한 뒤 개발해서 가치를 올려 되팔면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서울시가 여의도 일대에 통으로 지구단위계획을 만들고 있어 시행사들이 당장 개발행위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태다. 특히 HMG가 매입한 땅의 바로 옆 필지는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건설 계획으로 주민들 반발이 높아서 향후 개발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 HMG, 순복음교회 부지 3030억 매입…엠디엠·신영도 건물 매입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HMG는 지난달 초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61-1번지에 있는 8264㎡ 규모의 여의도 순복음교회 부지를 3030억원에 매수했다. 카톨릭대학교 여의도 성모병원과 금호리첸시아 주상복합 사이에 있는 주차장 부지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1-1번지 일대 HMG가 매입한 부지 위치도 [자료=구글 지도 캡처] 2021.08.09 sungsoo@newspim.com |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따른 재정난으로 선교자금 마련 등을 위해 부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는 1970년대 도시계획시설상 학교용지로 지정돼 40여년간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돼 개발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엠디엠(MDM)은 작년에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5-11번지 유수홀딩스 빌딩(옛 한진해운 빌딩)을 매입한 후 이를 오피스텔로 개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매입 시점에는 오피스텔 개발을 검토했지만 지하주차장 설치 비용이 많이 들어서 생활형 숙박시설로 개발하도록 영등포구청에서 인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오피스텔 가격이 많이 올라서 지금 시세대로면 오피스텔로 개발해도 수익성이 나온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다시 오피스텔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다만 업체 측에 해당 내용에 대한 확인을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유수홀딩스 빌딩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 에스트레뉴(S-Trenue)는 지난 6월 전용 108㎡ 6층이 16억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인 지난 4월 전용 107㎡ 33층이 14억9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보다 1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에스트레뉴는 지난 2009년 9월 지어진 118실 오피스텔이다. 현재 전용 116㎡ 매물이 17억5000만원에 나와있다.
신영은 지난 2019년 영등포구 여의도동 25-1번지 메리츠화재 여의도 사옥을 3.3㎡당 2200만원(총 1200억원)에 매입했다. 신영이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설정한 펀드에 지분(에쿼티) 투자자로 들어가는 형태다.
내년 말까지는 해당 건물의 임대차계약이 잡혀있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고시를 올리면 신영에서 사업성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향후 개발방향이 바뀔 수도 있지만 매입 당시에는 오피스로 개발하는 쪽으로 정해졌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8.09 sungsoo@newspim.com |
◆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용역 9월 완료…시행사들 '기다림의 미학'
하지만 시행사들이 위 부지를 당장 개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먼저 건축을 해버리면 향후 수립된 지구단위계획과 맞지 않아 건물을 부숴야 할 위험도 있어서다.
지구단위계획은 토지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해당 지역을 체계적·계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련하는 상위 계획이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용도지역 변경이 일부 허용되기도 한다. HMG, 엠디엠, 신영이 사들인 땅 또는 건물은 모두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돼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9년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이 용역은 여의도동 27번지 일대(약 1.3㎢) 포함 동여의도 전 지역을 다룬다. 국제금융허브로서 여의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다음달 7일 용역이 끝난 후 주민 공람공고 등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여의도 일대에 통으로 지구단위계획을 만들고 있다"며 "(시행사들의) 개발행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지구단위계획이 완성된 다음 개발해야 향후 인허가 관련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어서 기다리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HMG가 매입한 땅의 바로 옆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 부지(여의도동 61-2번지 8264㎡)는 공공임대주택 건설 계획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는 여의도 LH 소유 부지에 약 300가구를 위한 일자리 연계형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삼익아파트 주민들은 이런 계획에 집단 반발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금융특구라는 여의도의 도시적 특성에 맞지 않는데다, 주민들의 의견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작년 6월 25일 고시한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및 지형도면을 보면 여의도동 61-1, 61-2번지는 중심지체계의 영등포·여의도 도심, 여의도 금융중심육성 등에 부합하도록 계획적·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결정됐다. 즉 '여의도 금융 중심지 육성'이 목적이라는 뜻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여의도동 61-1·2번지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및 지형도면 고시 [자료=서울시] 2021.07.09 sungsoo@newspim.com |
사업을 시행하는 LH 측은 당초 정부가 발표한 방향으로 추진하되, 주민들 목소리를 듣고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8·4 대책에서 정부 정책으로 발표된 사업인 만큼 해당 사업을 원활하게 이행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당초 정부가 발표한 방향으로 추진하되, 주민들 목소리를 듣고 조율하며 국토부·서울시와 협의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HMG가 매입한 땅의 개발방향에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HMG가 여의도 부지를 저렴한 값에 산 것 같지는 않다"며 "바로 옆에 공공주택 논란이 얽힌 땅도 있어서 HMG가 이번에 산 부지를 어떻게 개발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