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인질'의 김재범이 묘한 눈빛과 서늘한 느낌의 악역으로 극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황정민이 황정민 역을 맡은 영화 속에서도, 빌런들의 리더로서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에서 '왜'가 없는 지독한 살인마 최기완으로 열연한 김재범은 화상 인터뷰에서 영화를 처음 보면서 "같이 고생했던 동료들, 좋은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극장가서 영화 본 기분"이었다고 즐거웠던 감상을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인질'에 출연한 배우 김재범 [사진=NEW] 2021.08.18 jyyang@newspim.com |
"보면서 촬영할 때 생각나서 즐거웠어요. 영화도 생각보다 쫄깃쫄깃하게 나와서 긴장하면서 봤죠. 행복한 시간이었고 관객들도 영화 보시는 90분 동안은 복잡한 맘 다 싹 잊고 오롯이 영화에만 빠져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힘들고 복잡한 마음 없이 재밌게 영화를 보실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시길 바라요."
'인질'에서 김재범은 극중에서도 톱배우인 황정민을 납치하는 악당 5인방 중 리더 최기완 역을 열연했다. 다섯 명의 캐릭터가 각자 살아있었지만, 최기완은 그 중에서도 우두머리로 여느 악역과는 다른 서늘하고 침착한 면이 돋보인다. 섬세한 얼굴과 조용한 말투가 순식간에 폭발적인 광기로 변하는 모습은 꽤나 커다란 임팩트를 선사한다.
"캐스팅해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아마도 평범함 속에서 묻어나는 날카로움, 섬뜩한 느낌 때문에 출연하게 되지 않았나 해요. 어릴 때부터 눈빛이 날카롭단 얘기를 많이 들었었죠. 학교 다닐 때도 연기 실습하면서 교수님도 '재범아 눈 그렇게 뜨지 말아라' 하시고. 항상 순하게 눈을 뜨려고 했었고 오해받은 적도 많았죠. 고등학교 때 친구들 찾으려고 분식집에서 쳐다보면 선배들에게 불려가 볼기짝 마사지를 받기도 했어요. 하하. 선배를, 선생님한테 그렇게 쳐다보면 되냐고 할 정도로 좀 그랬나봐요. 평소에 착하게 눈 뜨고 살아야겠다 생각했었지만 숨겨진 그 눈빛을 봐주셔서 이렇게 인연이 됐네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인질'에 출연한 배우 김재범 [사진=NEW] 2021.08.18 jyyang@newspim.com |
김재범은 스크린에선 신인으로 보일 정도로 낯선 얼굴이지만 공연계에서는 이미 이름난 베테랑 배우다.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쉼없이 관객들과 만나왔다. 영화를 몇 차례 경험해본 바는 있었지만 '인질'에서처럼 큰 비중의, 존재감이 큰 역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품 들어갈 때 의욕이 막 넘쳤어요. 하하. 비중있는 악역! 다 보여주겠다! 온 세상 악역을 모아서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여줘야지 마음을 먹었다가도 감독님과 얘길 나누면서 생각이 달라졌죠. 나 혼자만 나오는 게 아니고 심지어 빌런이 5명이나 나오니까요. 인물 하나 하나가 중요했어요. 어떻게 다 각자 잘 보일까,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를 고민했죠. 특히 2인자 염동훈 역할과 차별성을 많이 두려 했어요. 염동훈이 불같다면, 나는 얼음같고 그 친구가 동적인 캐릭터라면 최기완은 정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죠."
특히 김재범은 최기완 캐릭터를 분석하고 표현하면서 다소 혼란스러웠음을 고백했다. 다양한 작품에서 이미 악역을 해왔던 터지만 "왜? 뭘 얻고 싶은 거지?"라는 질문에 뚜렷한 답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시나리오를 보면서 얻은 의문과 해답, 또 다양한 범죄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를 종합해 지금의 캐릭터를 빚어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인질'에 출연한 배우 김재범 [사진=NEW] 2021.08.18 jyyang@newspim.com |
"모든 캐릭터를 분석하고 표현할 때 '왜?'를 생각해요. 행동의 목적, 그 사람이 이루고자 하는 걸 떠올리며 잡아가죠. 그래서 최기완이 혼란스러웠어요. 왜? 나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텐데. 생각이 드니까요. 점차 '나라면'이라는 전제를 둬서 분석이 힘들구나 깨닫게 됐죠.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론 이해가 안되는 게 당연했어요. 많은 범죄자들의 자료를 찾아봤고 역시나 '왜 저런 짓을? 뭘 위해?' 싶었죠.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완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목적이 있지만 이루려는 방법들이 일반적이다가도 굉장히 충동적이에요. 치밀하지만 또 예상할 수 없는 지점에서 허술하기도 하고요. 연기를 보면서 '저 사람 왜 저래?' 하신다면 제가 어느정도 성공한 지점이 아닐까요."
특히 김재범은 이미 살인마 역을 공연에서 맡아본 적도 다수인데다, 굉장히 무섭고 섬뜩했던 유사 범죄 경험을 직접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집에 여러 차례 찾아와 방충망을 커터칼로 자르고 앞에 불을 지르는 등의 행동을 했던 남성을 떠올리며 "굉장히 힘들었는데 다 운명이었다. 큰 도움이 됐다"면서 웃었다.
"희한하게도 살인마 역을 한 공연이 촬영과 겹친 기간이 있었어요. '저 공연에서도 살인마 해요'라고 말하기도 했죠. 하하. 연기하면서는 절제든 뭐든 의도를 전혀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최기완으로서 어떻게 감정을 표현할 것인가, 오로지 모니터하는 분들의 의견에 철저히 따랐고 기술적인 면보다 감정 전달에 고민을 많이 했죠. 정민이형과 마지막 신을 찍을 땐 순간 최기완과 황정민으로 살아서 호흡했단 느낌이 들었어요. 정민이형과 '오케피'라는 뮤지컬을 함께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여름의 남자'와 또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다시 만나 둘도 없는 사이가 됐으니까요. 그 여름의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요. 하하."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