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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출생해 외국이름 써왔는데 여권명 변경 거부…법원 "허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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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출생한 A군, 현지 사용 이름과 여권상 이름 달라
법원 "여권성명 변경 허가해줘야…불이익 겪어선 안 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외국에서 출생해 줄곧 한국명과 현지 이름을 함께 사용해온 대한민국 국적 아동의 여권상 로마자 이름 표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예외적인 경우 여권의 로마자 성명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한 여권법 시행령 개정 이후에도 좀처럼 변경을 허가하지 않았던 외교부 조치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A(7)군이 외교부를 상대로 낸 여권 영문성명 변경 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사진=뉴스핌DB]

부모의 유학생활로 프랑스에서 태어난 A군은 출생 이후 줄곧 프랑스와 벨기에 등 불어권 국가에서 거주해왔다. 당시 A군의 부모는 프랑스 행정당국에 출생신고를 하면서 한국명과 현지 이름을 함께 기재했는데, 문제는 A군이 한국 여권을 발급받을 때 발생했다. 부모는 프랑스에서 출생신고를 할 때처럼 한국명과 현지 이름을 함께 표기해 여권을 신청했지만 당국이 "여권법상 허가하는 성명의 로마자 표기법에 어긋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A군의 이름은 현행법상 영문으로 표기할 때 'H'가 들어가는데, H가 묵음인 프랑스어 특성상 A군의 부모는 프랑스에 출생신고를 할 때 A군 이름의 철자에 H를 넣지 않아 여권상 이름과 프랑스에서 사용한 이름의 철자가 달랐다.

이에 A군의 부모는 학교 생활을 비롯해 공항 이용 등 A군이 생활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외교부를 상대로 로마자 성명 변경을 신청했으나 외교부는 구 여권법 시행령이 정한 예외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이같은 외교부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A군은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프랑스에서 해당 이름으로 불려왔고 공적 장부에 기재됐다"며 "구 여권법 시행령은 국외에서 여권의 로마자성명과 다른 로마자성명을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한 경우 변경을 허용하도록 하는데, A군처럼 국외에서 출생해 성장한 아동의 경우는 재학기간이 짧다고 해도 입학 전까지 수년간 해당 로마자성명으로 불리며 다방면으로 관계를 맺었을 것이므로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UN 아동권리협약을 언급하면서 A군이 겪을 혼란에 앞서 여권명 변경을 거부할 중대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군처럼 나이가 어린 아동이 여권상 영문명으로 인해 겪게 되는 생활상 불편함은 자기결정능력이 없는 본인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완고하게 경직되어 있던 여권법 규정과 그에 따라 적절히 권리구제를 받아줄 수 없었던 부모의 상황과 제도적 불합리에 기인한 것"이라며 "그 불이익이 결코 특별한 보호 대상인 아동에게 돌아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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