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닥터두리틀 VOD 녹화해 유포…국내 다운로드 건수만 38만회
법원 "단순 업로드와 죄질 달라…손해액만 748억원 달해"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개봉한 지 1달도 지나지 않은 최신 영화를 녹화해 토렌트(개인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로 유포한 30대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는 최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9) 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자신의 거주지에서 IPTV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로 유명 헐리우드 영화인 닥터두리틀의 우리말더빙과 한글자막 패키지를 구매했다. 이후 자신의 PC를 이용해 영상을 녹화, 자막판에서 음성을 추출하고 더빙판에서 영상을 추출해 하나의 파일로 합친 뒤 이를 토렌트 프로그램으로 공유했다.
토렌트는 사용자들이 직접 파일을 공유하는 것으로, 다운로드와 동시에 업로드가 이뤄져 실시간으로 파일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씨는 자신이 해킹을 당한 것 같다고 주장했지만, 이 사건 발생 2달 전에도 또 다른 영화를 같은 방식으로 공유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양 부장판사는 "단순히 영화를 시청만 하고 직접 녹화기능을 작동시키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피고인의 컴퓨터를 해킹해도 영상이 유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피고인은 직접 수사 개시 이전에 컴퓨터 메인보드 및 하드디스크를 교체했고 피고인의 휴대폰 통화내역 중 유독 이 사건 범행일이 포함된 2주간의 통화기록만이 삭제되었다"고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피고인이 여러 폐쇄형 토렌트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위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으려면 동영상을 업로드해 포인트를 쌓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이 사건 동영상 제작자 이름이 피고인이 이메일 계정 등에서 즐겨 사용해온 단어인 것을 볼 때 피고인이 동영상을 인코딩해 유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양 부장판사는 "저작물을 파일공유 사이트 등에 단순히 업로드한 경우와는 죄질에 있어 차이가 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약 1억7500만 달러(한화 1985억원)의 제작비가 투자되었는데, 개봉한 지 1달도 지나지 않아 피고인의 행위로 이 사건 동영상이 전세계로 유출되었다"며 "유출일로부터 1개월 동안만 계산하더라도 다운로드 횟수가 국내에서 38만7715회이고, 전세계적으로는 456만7326회에 달해 손해액이 무려 748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개인회생절차 진행 중인 A씨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확정 되면 파산에 이르게 돼 경제활동이 불가능해 질 수밖에 없는 결과에 이르게 되는 점이나, 같은 시기에 저지른 범행과 같이 재판받았을 때의 형평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