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신 산업부 차관 언행에 논란 확산
대선 앞두고 공직자의 균형잡힌 언행 주문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한발 앞서려다가 쓴소리를 들었다. 국민 체감 정책 발굴 과정에서 '차기 정부 줄 대기' 논란을 빚은 산업통상자원부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질책이 이어지자 산업부는 자체 해명자료를 내며 사태 수습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번 논란이 자칫 부처 존립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산업부의 대선 공약 아젠다 발굴 관련 논란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며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질타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9.03 photo@newspim.com |
앞서 지난달 31일 박진규 산업부 1차관이 "대선 공약 아젠다를 발굴하라. 대선 후보 확전 전에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최근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시는 1차관 직속 기획조정실 주관으로 열린 '미래 정책 아젠다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지시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정권에 '줄 대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박 차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에서 통상비서관과 신남방·신북방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다주택자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11월 산업부 차관 자리를 꿰찼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이날 관련 해명 자료를 내고 "산업부는 2050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미·중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국·내외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고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과제를 마련하기 위해 1차관 주재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며 "(논란이 된) 박 차관의 지시는 새로운 정책 개발 시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일자리, 중소기업, 지역경제 등의 정책에서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2050 탄소중립, 산업 디지털전환 등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는 엄중한 시기에 적극 대응해 중장기 정책 과제들을 발굴하고 정책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이같은 지시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이미 정부부처가 차기 정부 출범을 대비해 이미 내부적으로 부처 통폐합 안을 짜는 등 한발 빠른 대안 찾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산업부의 경우, 최근 에너지 차관 신설로 새로운 공룡 부처가 된 상황에서 차기 정부 성향에 따라 현 규모를 유지하거나 또다시 통합·분할 등의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 에너지관련 부처 신설에 대한 얘기가 나올까 현재로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는 게 산업부 내부의 현 분위기다.
이렇다보니 이번 박 차관의 언급에 대한 논란이 또 다른 부메랑이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의 시선도 포착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권 말기이다보니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며 "스스로 좋은 의도를 갖고 한 말이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만큼 고위급 공무원의 언행은 어느때보다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이같은 예민한 분위기 속에서 불똥이 자칫 타 부서로 튀는 것은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한 여당 관계자는 "현재 정권 재창출 또는 교체에 대한 여론의 움직임이 명확하지 않아 정치권이 상당히 예민한 상태"라며 "균형을 잡고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할 정부 관계자들의 자칫 오해가 될 만한 언행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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