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두 번째...올해부터 적극적 주식 매입
업계에선 오너 3세 승계 임박했다고 평가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일양약품 3세인 정유석(사진) 부사장이 잇따라 자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분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3세 승계가 임박했다는 평가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전날 자사주 1000주(3240만원)를 또 매입했다. 이달 들어서만 2번째다. 그는 지난 24일엔 1000주를 3270만원에 장내 매수했다.
정 부사장은 창업주인 고(故) 정형식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정도언(73)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4차례에 걸쳐 6000주(약 2억원)를 매입했으며 4월엔 2차례에 걸쳐 2000주(6580만원), 7월엔 1000주(3380만원)를 차례로 사들였다.
8월에도 5차례에 걸쳐 5000주를 1억6000여만원에 매입했다. 앞서 지난해 4월 2억3730만원을 들여 일양약품 주식 7000주를 매입하면서 신호탄을 쐈다.
[사진=뉴스핌DB] |
정 부사장이 지분율을 늘릴 동안 다른 오너 일가는 꾸준히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
정 회장의 모친이자 정 부사장의 할머니인 이영자(96) 여사는 지난해 6월 보유 중이던 회사 주식 1만4426주 전량을 매도했다. 같은 기간 정 회장의 동생들인 정영준(72) 씨, 정재형(69) 씨, 정재훈(67) 씨도 수차례 매도를 거쳐 지분율은 각각 0.06%, 0.35%, 0.13%이다.
정 회장의 차남인 정희석(43) 일양바이오팜 대표이사도 0.0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오너 3세 승계를 위한 사전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양약품의 최대 주주는 21.84%를 갖고 있는 정 회장이다. 정 부사장은 2대 주주로 현재 4.01%를 보유하고 있다.
관건은 정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어느 시점에 넘겨받느냐다. 전문경영인인 김동연(71)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3월 전 정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일부를 증여받을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회사에서 경영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정 부사장은 글로벌 감각을 겸비한 합리적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뉴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양약품에 2006년 마케팅담당 과장으로 입사해 재경·해외사업 등의 업무를 맡았다. 2011년 일양약품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알렸다. 2014년 전무 자리에 올랐으며 4년만인 2018년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로고=일양약품] |
정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면 강점을 살려 일양약품의 글로벌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그는 의약품을 판매하는 양주일양과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통화일양에서 '동사(이사 직급)'를 맡으면서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올해 1분기 양주일양의 매출은 전년 대비 25% 성장한 234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44% 성장한 18억원이었다. 통화일양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 23% 늘어나 101억원과 4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양주일양의 매출은 447억1500만원, 통화일양은 175억2200만원으로 집계됐다.
1946년에 설립된 일양약품은 칸테크, 일양바이오팜 등 국내 법인과 양주일양, 통화일양 등 중국 현지법인을 갖고 있다. 국내 최초의 인삼 드링크 '원비디'를 제조한 회사로 유명하다. 특히 국산 14호 신약인 항궤양제 '놀텍', 국산 18호 신약인 '슈펙트' 등을 개발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