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1974년 유신 비판 발언으로 3년간 억울한 옥살이
민주화 운동 보상금 받고 국가 상대 손배소 제기
1심 패소 → 2심 승소 → 3심 패소 → 재심서 승소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유신 정권 시절 버스에서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시민이 이후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보상금을 받았더라도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사망한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심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취소한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74년 5월 버스와 자신의 집에서 지인에게 정부 시책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한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의해 강제 연행된 뒤 불법구금 조사를 받았다. 고문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일부 혐의 사실에 대해 허위 자백을 했고 이듬해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형을 확정 받고 복역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국가가 A씨에게 사과하고 재심청구 등 적절한 조치를 하라는 진실규명결정을 했다. 이후 A씨는 2010년 무죄를 확정 받았고, 이듬해 A씨와 그 가족들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문제는 A씨가 2005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생활지원금을 신청해 4200여만원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정부는 "민주화보상법에 의해 생활지원금을 지원받으면서 관련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에 의한 재판상 화해 또는 부제소 합의가 성립됐다"며 소 제기가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여 A씨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에 대한 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보상위는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에 대해 심의한 바가 없다"며 "문제가 되는 것은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청구권일 뿐"이라고 판단하면서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1억1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 측 상고로 진행된 상고심에서는 다시 한 번 판단이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불법행위에 의한 유죄 판결이 나중에 재심을 통해 취소돼 무죄판결이 확정됐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불법행위에 의한 복역으로 인해 입은 피해는 모두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해당하므로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이상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A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018년 헌법재판소가 종전 법원 판단의 근거가 된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1항이 정한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A씨는 다시 재판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
결국 대법원은 재심 사건에서 A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가가 A씨에게 1억15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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